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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바이닝에서 타이오가 로드를 넘어 요세미티 밸리로
드디어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리 바이닝에서 120번 도로, 타이오가 로드(Tioga Road)를 타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공원 동쪽으로 들어간 뒤, 요세미티 밸리와 터널뷰, 글레이셔 포인트를 차례로 보고 공원 남쪽의 와워나(Wawona)까지 하루 만에 가로지르는 일정이었다.

아침의 모노 비스타 RV 파크. 노랗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아침 햇살이 들었다.

타이오가 패스 입구와 요세미티 입장료
리 바이닝을 나서면 120번 도로는 바로 가파른 협곡을 따라 산을 오른다. 바위산 사이로 난 길을 20분쯤 올라가면 요세미티의 동쪽 입구인 타이오가 패스(Tioga Pass)다. 해발 3,031m(9,945ft)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지나는 고갯길이다. 타이오가 로드는 눈 때문에 보통 11월쯤부터 이듬해 늦봄까지 닫히니, 이 길로 들어가려면 개통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낸다. 현재(2026년) 기준 차량 1대 35달러로 7일 동안 쓸 수 있고, 현금은 받지 않는다. 2026년 1월부터는 미국 거주자가 아닌 16세 이상 외국인에게 1인당 100달러가 추가로 붙는다. 외국인용 미국 국립공원 연간 패스(250달러)가 있으면 이 추가 요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

고개를 넘으면 해발 2,600m가 넘는 고원에 넓은 초원과 화강암 봉우리가 펼쳐진다. 투올럼니 메도스(Tuolumne Meadows) 일대다.

테나야 호수(Tenaya Lake)와 올름스테드 포인트(Olmsted Point)
타이오가 로드 바로 옆에 있는 테나야 호수에 잠시 차를 세웠다. 해발 약 2,480m의 고산 호수다.

바람 한 점 없는 아침이라, 매끈한 화강암 돔과 소나무 숲이 호수에 그대로 비쳤다.

테나야 호수에서 조금 더 가면 올름스테드 포인트 전망대가 나온다. 도로 옆에 주차장이 있어서 캠핑카로 들르기 편하다.

전망대 이름은 미국 조경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더릭 로 올름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그 아들에게서 따왔다. 아버지 올름스테드는 요세미티 보호에도 큰 역할을 한 사람이다.

주차장에서 빙하가 깎고 지나간 매끈한 화강암 위를 걸어 전망 바위까지 갈 수 있다.

소나무 사이로 하프돔(Half Dome)의 뒷모습이 보인다. 요세미티 밸리에서 보던 모습과는 반대편이다.

요세미티 밸리로 내려가는 길
타이오가 로드가 끝나면 빅 오크 플랫 로드(Big Oak Flat Road)를 따라 요세미티 밸리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의 전망대에는 하프돔을 여러 방향에서 본 모습을 비교하는 안내판이 있었다.

화강암을 뚫은 터널을 지나면 곧 밸리 바닥이다.

밸리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화강암 절벽 엘 캐피탄(El Capitan)이 도로 위로 솟아 있었다. 밸리 바닥에서 약 900m 높이로 곧게 솟은 바위다.

요세미티 밸리 주차와 무료 셔틀
요세미티 밸리는 늘 차가 많아서 주차가 가장 큰 숙제다. 캠핑카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찾아 한 바퀴를 돈 끝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밸리 안의 작은 주차장 중에는 ‘NO RVs ALLOWED’라고 캠핑카 주차를 막아 둔 곳이 많다. 캠핑카라면 큰 주차장에 먼저 세우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밸리 안에서는 무료 셔틀버스가 주요 지점을 돈다. 한번 차를 세운 뒤에는 셔틀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캠프 4와 로어 요세미티 폭포(Lower Yosemite Fall)
주차장 옆은 캠프 4(Camp 4)다. 전 세계 암벽 등반가들이 모여들던 곳으로, 근대 암벽 등반의 발상지로 꼽히는 텐트 전용 캠핑장이다.

사이트마다 곰 때문에 음식을 넣어 두는 철제 보관함(Bear Box)이 있다. 요세미티에서는 캠핑장에서나 밤에는 음식과 냄새 나는 물건을 차 안에 두지 말고 이런 보관함에 넣어야 한다.

캠프 4 뒤편의 화강암 벽에서는 실제로 암벽을 오르는 사람이 보였다.

여기서 표지판을 따라 로어 요세미티 폭포 산책로로 걸었다. 평탄한 포장길이라 아이들과 걷기 좋다.

요세미티 폭포는 위아래 세 단을 합쳐 높이가 739m(2,425ft)로, 북미에서 가장 높은 폭포다. 하지만 10월 말이라 물이 거의 말라서, 절벽에 가는 물줄기 자국만 남아 있었다.

폭포 앞 안내판에는 계절별로 폭포 수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사진으로 비교해 두었다. 눈이 녹는 5~6월에 물이 가장 많고, 늦여름부터 가을까지는 거의 마른다.

폭포 아래까지 가 보니 커다란 바위 사이로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요세미티 비지터 센터와 박물관
폭포에서 걸어서 요세미티 빌리지로 갔다. 비지터 센터와 박물관, 갤러리가 모여 있는 밸리의 중심이다.

박물관 앞에는 거대한 자이언트 세쿼이아의 단면이 서 있다. 나이테마다 역사적 사건의 연도가 표시되어 있다.

박물관 안에는 요세미티에 살던 원주민 미워크(Miwok)족과 파이우트(Paiute)족의 바구니와 생활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바구니를 짜는 원주민 가족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도 있다.

바로 옆의 비지터 센터 전시관에서는 요세미티의 지형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여 준다.

빙하가 요세미티 밸리를 깎아 내던 빙하기의 모습을 그린 벽화.

요세미티의 암벽 등반 역사와 구조 장비를 소개하는 전시도 있다.

요세미티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 앤설 애덤스(Ansel Adams)의 갤러리에서는 그의 흑백 사진을 볼 수 있다.

구경을 마치고 무료 셔틀을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브라이덜베일 폭포(Bridalveil Fall)
밸리를 빠져나가는 길에 브라이덜베일 폭포에 들렀다. 주차장에서 포장된 산책로로 몇 분만 걸으면 폭포 아래 전망 지점이다.

산책로는 큰 나무 사이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높이 약 189m(620ft)의 폭포로, 바람이 불면 물줄기가 신부의 면사포처럼 흩날린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폭포는 가을에도 물줄기가 가늘게나마 이어졌다.

터널뷰(Tunnel View)
브라이덜베일 폭포에서 41번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와워나 터널 입구 바로 앞에 터널뷰 전망대가 있다. 요세미티를 대표하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 늘 사람이 많다.

왼쪽에 엘 캐피탄, 가운데 멀리 하프돔, 오른쪽에 브라이덜베일 폭포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풍경 앞에 서니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게 됐다.

전망대의 안내판에는 이 자리에서 그려지고 찍힌 요세미티의 옛 그림과 사진 이야기가 적혀 있다.

글레이셔 포인트(Glacier Point)
터널뷰에서 4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가 글레이셔 포인트 로드로 들어섰다. 산불이 지나간 흔적이 남은 숲을 지나 한 시간 가까이 올라가야 한다. 이 도로도 겨울에는 닫히고, 보통 5월 말쯤부터 11월까지 다닐 수 있다.

글레이셔 포인트는 해발 2,199m(7,214ft)의 절벽 위 전망대로, 요세미티 밸리 바닥보다 약 980m 높은 곳이다.

전망대에 서면 정면으로 하프돔이 가장 잘생긴 모습으로 서 있다.

하프돔 오른쪽 아래로는 계단처럼 이어지는 버널 폭포(Vernal Fall)와 네바다 폭포(Nevada Fall) 쪽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난간 너머 바위 끝에 앉아 하프돔을 바라보는 사람들. 해가 기울수록 하프돔이 점점 붉게 물들었다.

발아래로는 아까 걸었던 요세미티 밸리가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절벽 끝의 돌집은 1920년대에 지은 지질 전망대(Geology Hut)다.

와워나 캠핑장(Wawona Campground)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내려와 41번 도로를 따라 공원 남쪽의 와워나로 갔다. 이날 묵은 와워나 캠핑장 [링크]은 국립공원이 운영하는 캠핑장으로, 머세드강 남쪽 지류를 따라 사이트가 이어진다. 남쪽 입구와 마리포사 그로브(Mariposa Grove)가 가깝다.

입구 초소에는 ‘Reservations Only’, ‘WE ARE FULL’이라는 안내와 함께 그날 도착할 예약자 명단이 붙어 있었다. 예약은 Recreation.gov에서 하고, 요세미티 캠핑장은 금방 차기 때문에 일찍 예약해야 한다.

국립공원 캠핑장이라 전기·수도 연결은 없다. 캠핑카 발전기는 오전 7~9시, 낮 12~2시, 오후 5~7시에만 돌릴 수 있다.

다 쓴 소형 가스통은 따로 모으는 수거함에 넣는다.

사이트마다 화로가 있어서, 해가 지기 전에 장작불을 피웠다.

아이들은 불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다. 캠핑장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화로에 불을 피워 둔 우리 사이트. 소나무 숲속이라 아늑했다.

화장실은 수세식이고, 밖에 개수대가 있다. 샤워장은 없다.

저녁은 캠핑카 안에서 얼려 뒀던 레이저클램(Razor Clam, 미국의 맛조개)을 넣고 미역국을 끓였다.

미역국에 김치와 흰쌀밥. 요세미티를 하루 종일 돌아다닌 날의 저녁으로 이만한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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