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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타호에서 395번 도로를 따라 모노 호수로
제퍼 코브에서 레이크 타호의 마지막 아침을 보내고, 이날은 시에라네바다 산맥 동쪽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오전에는 에메랄드 베이 옆의 이글 폴스 트레일을 걷고, 395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 오후에는 모노 호수(Mono Lake)를 둘러본 뒤, 요세미티 국립공원 동쪽 입구 마을인 리 바이닝(Lee Vining)에서 묵는 일정이었다.

아침은 캠핑카에서 아보카도와 햄을 넣은 샌드위치로 간단히 먹었다.

제퍼 코브(Zephyr Cove)의 아침
출발하기 전에 캠핑장 바로 앞의 제퍼 코브 해변에 나가 봤다. 소나무 사이로 모래사장과 잔잔한 호수가 펼쳐진다.

선착장에는 외륜선 M.S. 딕시 II(M.S. Dixie II)가 정박해 있다. 여기서 에메랄드 베이까지 호수를 오가는 유람선이다. 아침 호수에는 대여용 제트스키들이 줄지어 떠 있었다.

50번 도로 건너편에는 리조트의 레스토랑이 있다. 붉은 통나무 건물에 돌 굴뚝이 달린, 산장 분위기의 식당이다.

이글 폴스 트레일(Eagle Falls Trail)
스테이트라인(Stateline)의 세이프웨이에서 장을 보고, 카지노 호텔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 캘리포니아로 넘어간 뒤 89번 도로를 따라 다시 에메랄드 베이 쪽으로 향했다. 호수를 내려다보며 산비탈을 달리는 길이다.

에메랄드 베이 바로 위쪽에 이글 폴스 트레일헤드(Eagle Falls Trailhead)가 있다. 미국 산림청(USFS)이 관리하는 곳으로, 현재 기준 주차 요금은 차량 1대 하루 5달러다. 주차장의 무인 발급기에서 카드로 결제한다.

트레일은 데솔레이션 윌더니스(Desolation Wilderness) 보호구역으로 이어진다. 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가려면 당일 산행이라도 트레일 입구에서 무료 허가증을 직접 작성해야 한다.

트레일은 처음부터 돌계단으로 시작한다. 짧은 거리지만 오르막이 꾸준하다.

중간의 안내판에는 ‘에메랄드 베이의 은둔자’라 불린 리처드 배터(Richard Barter)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1800년대 후반 에메랄드 베이에 홀로 살았던 사람이다.

조금만 올라가도 화강암 바위 너머로 레이크 타호가 내려다보인다.

‘EAGLE FALLS’ 표지를 따라가면 폭포 위로 놓인 다리가 나온다.

금속 난간이 있는 다리 아래로 이글 크리크가 흐른다. 10월 하순이라 수량이 많지 않아 폭포는 바위 사이로 가늘게 흘렀다.

이글폭포 물줄기는 화강암 사이를 지나 에메랄드 베이로 흘러간다. 여기서 더 올라가면 이글 호수(Eagle Lake)까지 이어지지만, 우리는 다리까지 둘러보고 돌아왔다. 폭포도 수량이 너무 줄어들어서 볼거리가 없었고, 시간도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트레일헤드 주차장은 크지 않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캠핑카를 세울 자리가 있었다.

89번 도로의 가을빛
이글 폴스를 떠나 레이크 타호를 뒤로하고 89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산을 넘었다. 굽이진 길 너머로 호수가 마지막으로 내려다보였다.

고개를 넘자 도로 양옆으로 노랗게 물든 사시나무 숲이 이어졌다. 이 일대는 10월이 단풍철이다. 물론, 단풍이 있는 풍경이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점심은 네바다 쪽 마을의 잭인더박스(Jack in the Box)에서 먹었다. 미국 서부에서 흔히 보이는 패스트푸드 체인이다.

버거와 꼬불꼬불한 컬리 프라이.

잭인더박스는 아침 메뉴를 하루 종일 팔아서, 베이컨과 스크램블 에그가 든 아침 메뉴도 함께 시켰다. 맛은, 생각보다 허접했다.

395번 도로, 토파즈 호수와 브리지포트
점심을 먹고 395번 도로에 올랐다. 시에라네바다 동쪽을 남북으로 달리는 길로, 왼쪽은 메마른 사막 구릉이고 오른쪽은 눈 덮인 산줄기다. 달리다보면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경계에 걸쳐 있는 토파즈 호수(Topaz Lake)를 지난다.

다시 캘리포니아로 들어서면 토파즈 농산물 검역소가 나온다. 캘리포니아로 들어갈 때마다 과일이나 식물을 싣고 있는지 확인한다.

서부 시대 분위기가 남아 있는 작은 마을 브리지포트(Bridgeport)를 지났다.

브리지포트를 지나면 395번 도로는 고개를 향해 올라간다. 계곡마다 노란 단풍이 물들어 있었다.

395번 도로의 모노 호수 전망대
고개를 넘으면 갑자기 발아래로 모노 호수가 펼쳐진다. 도로변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내려다보니, 메마른 분지 한가운데 푸른 호수가 있고 그 뒤로 시에라네바다의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었다.

전망대에는 ‘블루 스타 메모리얼 하이웨이(Blue Star Memorial Highway)’ 표지가 서 있다. 미국 군인들을 기리는 도로라는 뜻이다.

호수 가운데 떠 있는 검고 흰 섬들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섬이다.

모노 호수 투파 주립 자연보호구역(Mono Lake Tufa State Natural Reserve)
모노 호수는 100만 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중 하나다. 물이 빠져나가는 강이 없어서 소금기와 알칼리 성분이 바다보다 훨씬 진하다. 리 바이닝 북쪽 호숫가의 주립 자연보호구역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는 유료이고, 무인 정산기에서 결제한다. 연방 국립공원 연간 패스로는 이 주차장 요금을 낼 수 없다.

주차장에서 호숫가로 흙길이 이어진다.

호숫가에 다다르자 물 위로 하얀 돌기둥들이 솟아 있었다. 이것이 모노 호수의 상징인 투파(Tufa)다. 호수 바닥에서 칼슘이 많은 샘물이 솟아오르다 탄산염이 많은 호숫물과 만나, 탄산칼슘이 쌓이면서 물속에서 기둥처럼 자란 것이다.
원래는 물속에 잠겨 있던 투파가 지금처럼 드러난 것은 1941년부터 로스앤젤레스가 이 호수로 흘러드는 개울물을 끌어다 쓰면서 수위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가장 낮아졌던 수위는, 1994년 호수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 내려진 뒤로 조금씩 다시 올라가고 있다.

보호구역 입구의 표지판.

갈대밭 사이로 호숫가를 따라 나무 데크 산책로가 이어진다.

잔잔한 호수에 낮은 투파 기둥과 산이 거울처럼 비쳤다. 이쪽은 투파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높게 솟아오른 투파를 보려면 호수 남쪽의 포인트로 가야 한다.

호수 너머로는 메마른 산줄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바다 같은 호수와 사막 같은 땅이 한 화면에 담기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모노 분지 비지터 센터(Mono Basin Scenic Area Visitor Center)
보호구역에서 가까운 언덕 위에는 산림청이 운영하는 모노 분지 비지터 센터가 있다. 모노 호수의 자연과 역사를 전시하고 있고 입장은 무료다.

비지터 센터 앞에서는 모노 호수 전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안내 지도를 보면 리 바이닝에서 120번 도로(타이오가 패스)를 넘어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바로 이어진다. 다음 날 우리가 갈 길이다.

비지터 센터 주차장은 넓어서 캠핑카를 세우기 편했다.

리 바이닝, 모노 비스타 RV 파크(Mono Vista RV Park)
이날 묵은 곳은 리 바이닝 마을 안의 모노 비스타 RV 파크다. 요세미티 동쪽 입구로 들어가기 전에 하룻밤 묵어 가기 좋은 위치다.

사무실 겸 작은 매점에서 체크인을 했다. 낚시 면허와 간식, 얼음 같은 것도 판다.

체크인을 하면 캠핑장 배치도에 사이트 번호를 표시해 준다. 우리 자리는 20번이었다.

자갈이 깔린 사이트에 피크닉 테이블과 나무가 있다.

사이트마다 전기와 수도는 있었지만, 오수는 별도로 덤프스테이션을 이용해야 했다.

이곳의 샤워실은 토큰을 넣어야 온수가 나온다. 토큰은 사무실이 여는 시간에 사무실에서 받을 수 있었다.

샤워실 안내문에는 토큰 1개에 온수 5분이고, 25센트 동전은 안 된다고 적혀 있다.

세탁실에는 동전을 넣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다. 캠핑장은 이렇게 빨래 시설이 있는 곳이 많아서, 여행 중 빨래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어서 좋았다.

저녁은 캠핑카에서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김치와 함께 먹었다. 이제 내일은 타이오가 로드를 넘어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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