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039] 플란더스의 개의 네로가 보고싶던 '십자가에서 내려지던 그리스도'



[벨기에 #39] 플란더스의 개의 네로가 보고싶던 '십자가에서 내려지던 그리스도'

아침 일찍 일어나 중앙역에서 안트베르펜(안트워프) 성당까지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지도를 보니 그리 멀지 않기에 걸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거기서 피곤해지면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오기로 했는데, 걸어보니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물론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걸어나왔으니 초반부터 피곤할 리 없어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안트베르펜에 오게 된 이유는 성당 때문이었다. 만화 플란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마지막으로 보고싶어했던 루벤스의 그림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 그림이 유명한 그림이라는 것 만큼은 확실하지만 그 만화가 방영된 일본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올 뿐인 듯 했다. 소설로 접한 그 외 나라 사람들에게는 만화 속의 중요한 이벤트가 잇었던 곳이라기보다는, 루벤스의 그림을 비롯한 많은 그림을 볼 수 있는 성당 정도로 인식되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플란더스의 개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있어도 일본어로 정도만 표기되어 있었다.



걸어가는 길에 본 안트베르펜의 공중전화기. 한 때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이렇게 공중 전화기 사진을 모으던 때도 있었다. 그 당시 사진으로 항상 찍던 것이 소화전과 공중전화기 였었는데, 요즘엔 그 재미가 좀 시들해졌다. 한번 그동안 찍은 것들을 정리해서 그러려나.



안트베르펜 구시가지 광장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아침 일찍이었지만, 벌써부터 식사를 하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구시가지니, 현지인들보다는 아마 나랑 비슷한 이유로 이 곳을 찾은 손님들이겠지.



아침부터 오픈한 케밥집. 유럽에서 딱히 뭐 먹을 거 없을 때는 케밥이 최고. 개인적으로는 햄버거보다 더 나았던 듯 싶다. 의외로 유럽에서는 훌륭한 햄버거를 만나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뭔가 의미를 가진 것 같은 조각상이었지만, 배경지식 없이 보니 그냥 조각상. 위의 1 사람은 시키는 역할, 밑의 3사람은 열심히 일하는 역할인 듯 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다보니 광장 안쪽까지 해가 들어오지는 못했고, 광장의 일부만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1-2시간 후면 광장 전체에 해가 들어 더 환하게 변하기는 하겠지만.



이곳이 바로 플란더스의 개에 등장했으며, 네로가 정말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가 있는 성모마리아 대성당이다. 만화 내에서는 그림을 가려놓고 돈을 내야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음, 생각해보니 어쨌든 돈을 내는 건 똑같은 거 같기는 하네.




루벤스의 그림 이외에도 성모승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등 다양한 그림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성당에 들어온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펼쳐져 있는데,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밝아서 전체적으로 밝게 느껴져 그림을 보기에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넓은 공간의 성당.



한켠에는 이렇게 전문적으로 그림을 설명해주는 사람과 함께 둘러보는 여행객들도 있었다. 사실, 그림에 조예가 없는지라 옆에 서서 잠깐 들어봤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어로 말하고 있는데, 영어가 아닌 것 같은 기분.




성당의 모습.


밝은 하얀톤의 성당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많은 성당들을 봤지만, 이 성당은 그 중에서도 꽤 기억에 남는 그런 성당이 아니었나 싶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정면에 보이는 '성모승천' 덕분이었다. 




성당의 정 중앙에 위치한 루벤스의 그림인 '성모승천'은 성다으이 다양한 그림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보고싶었던 그림이 원래는 성모승천이었으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로 각색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고보니, 참 재미있게 봤던 만화인데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조금 더 가까이. 하지만, 빛이 반사되서 사진에 잘 담기지 않았다.



천장의 그림. 이 그림은 왠지 성모승천을 아래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이 남자가 보고 있는 그림이 바로 그 유명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워낙 이 주제로 그려진 그림들이 많지만, 이 그림이 기억에 남는 건 어린시절에 본 애니메이션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재미있는 건, 플란더스의 개 때문에 이 성당을 찾는 것은 한국사람과 일본사람들이 대다수이라는 것! 그 외 국가의 사람들은 대부분 루벤스의 그림을 보러오는 것이지, 그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아 이 곳을 찾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소설이 유명했다고는 하지만, 전 유럽적인 히트는 아니었으니..


그를 증명하든 성당에서는 만화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 입구에서 일본어로 된 관련 글이 조금 있었던 정도. 어쩌면, 우리들만의 추억인 듯 잎지만, 어쨌든 한가지 문화 컨텐츠가 사람을 끌어 모은 것이니 긍정적인 면이 큰 것은 분명하다.



천장이 높디 높은 성당.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당시의 건축기술이 대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가기 전.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들과 함께 사진 한 장.



들어올 때는 이 곳에서 비용을 내고 입장하면 된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 줄 알았지만, 플래시만 사용하지 않으면 오케이.



그렇게 성당 구경을 마치고 다시 광장 쪽으로 나왔다. 안트베르펜에 온 목적이 성모 대성당이었기 때문에 그냥 시내를 천천히 걸어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컬러풀한 깃발들이 가득 꽃혀있는 이 건물은 안트베르펜 시청사. 



다닥다닥 붙어있는 광장이 건물 풍경.



그렇게 골목을 걸으며 간단한 요기거리를 할 것을 찾았지만, 아직 주말 이른 오전이라 그런지 문을 연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 중에서도 벽에다가 담쟁이를 기르고 있던 신기한 건물. 



접어놓은 의자들이 꽤 예뻤던 레스토랑.



유럽 어디서나 관광지라면 볼 수 있는 마차.


심지어 힐튼, PALM 등의 광고판도 달려 있었다. 마차 속 사람은 우리를 찍고, 우리는 마차를 찍고..



성모 마리아 성당은 워낙 크다보니 안트베르펜을 걷다 보면 어디서든 주변만 둘러보면 거의 항상 보였다.



그렇게 스헬데 강변쪽으로 계속 걸어가다보니 만난 헤트 스테인(Het Steen). 중세시대에 지어진 요새로, 안트베르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밖에서 보는 성의 모습은 꽤나 멋진 편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별다른 볼거리는 없는 그냥 겉이 예쁜 그런 건물이었다.



요새 앞에는 이렇게 큰 거인의 동상이 있었는데, 지역 전설 속 거인이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성으로 들어가서 본 모습. 



커플 풍경. 사실... 볼게 없다보니 사진 찍은것도 거의 없었다.



그렇게 요새를 떠나면서 사진 한 장.



올때는 걸어왔지만 돌아갈 때는 좀 더 편하게 트램을 타기로 했다. 호텔 체크아웃시간인 2시(레이트 체크아웃을 신청해서 12시->2시로 늦춰놨었다.) 전에 도착해서 점심도 먹은 뒤 출발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체력을 세이브하는 것이 필요했다.



우체통. 오후 1시 45분에 픽업을 한다는 의미인 듯.



가져온 지도에서 중앙역으로 가는 트램 번호를 확인한 뒤, 주변사람에게 가격을 물어본 뒤 트램을 기다렸다. 벨기에 사람들도 꽤 영어를 잘 하는 듯 싶다.



트램 안. 속도는 꽤나 느렸지만, 도시마다 특색있는 느낌의 대중교통을 타 보는 것도 나름 꽤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달려서 중앙역에 도착했다. 아직 12시가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라 주변을 둘러볼 시간이 있어서, 안트베르펜의 유명하다는 다이아몬드 상점 거리를 가 보기로 했다.



역 앞의 거대한 대관람차.



다이아몬드 관련 가게들. 대부분 판매하는 가게들이었는데, 물어보니 세공하는 과정을 공개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멀지 않기에 그곳을 바로 찾아갔다.



상점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리를 통해서 세공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사진 세례가 익숙한 듯,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데도 개의치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계셨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 곳 외에도 이렇게 다이아몬드 세공 과정을 공개해 놓은 곳들이 여럿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이아몬드들. 진짜 다이아몬드라면 저것들만 해도 가격이..ㅋ



다이아몬드 세공 과정을 설명한 그림.



그렇게 잠깐 다이아몬드 상점들을 둘러보고 다시 중앙역 쪽으로 나왔다. 사실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워낙 비싸서 엄두도 나지 않기는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항상 자주 들려서 사먹는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2개를 테이크아웃해서 호텔로 돌아갔다. 사진속은 아마 동물원인듯.


어쨌든 호텔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 바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 오늘의 목적지인 로테르담으로 향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안트베르펜에서 좀 더 여유롭게 움직이는 것이었는데, 로테르담에 살고 있는 친구 마틴이 우리를 초대해서 일정을 좀 수정해서 로테르담으로 바로 떠나기로 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크지 않은 국가다보니 이동시간도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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