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부여행 캘리포니아#09 - 섭씨 52도를 넘는 죽음의 계곡, 데스 밸리(Death Valley)



아침일찍 일어나서 호텔을 나오면서 바로 주유를 했다. 오랜만에 주유를 해보는 쉐브론. 미국에서 주유를 하다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라서, 꽤 여러번 주유를 해 본 경험이 있다. 뭐,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브랜드.



미국은 대부분 셀프주유 시스템.


펌프(주유기)에서 신용카드를 받아주지 않으면 상점까지 가서 결제를 해야 하는데, 운 좋게도 펌프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했다. 후다닥 누르고 나서 바로 주유 시작. 생각보다 잘 나가지도 않는 차 주제에 기름은 꿀떡꿀떡 많이도 먹어댄다. ㅡ.ㅡ;; 그래도 오늘 하루종일 달려야 하는데다가, 데스밸리의 뜨거운 열까지 견뎌야 하니 가득 채워줬다.



라스베가스에서 데스밸리까지는 약 2시간 거리.


라스베가스 외곽만 벗어나면 특별한 풍경없이 지루하게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주로 라스베가스에서 머물면서 많이 찾기 때문에 네바다 주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 주 내에 위치해 있다. 사실 아무리 6월 초라도 한 여름에 데스밸리를 찾는 것은 미친짓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동행이었던 태양이가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일정에 넣었다.


이것이 정말 죽을만큼 더운 데스밸리를 경험하게 되는 시작일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겨울에만 데스밸리를 두번 방문했던 나로서는, 그냥 좀 덥겠지..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패인이엇다.



우리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다양한 입구중 비티(Beatty) 마을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북쪽에서부터 남쪽가지 쭉 훑고 나서 데스밸리를 떠나는 것이 오늘 일정의 목적. 우리는 들어오자마자 바로 유령 마을인 Rhyolite로 향했다. 사실 별로 들릴 마음은 없었는데, 그냥 유령 마을이라고 해서 신기해서 들렸다.



이전에는 아마 광산과 이어진 마을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지금은 저렇게 버려진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다. 누더기가 되거나 반쯤 허물어진 건물들 때문에 더 유령 마을의 느낌이 났다. 이번에 렌터카는 더운 날씨를 걱정해서 하얀색으로 빌렸었는데, 데스밸리에 와서 정말 하얀색으로 빌린것이 천만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쯤 허물어져서 형태만 남은 건물.



한때 은행이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 주는 것은 앞에 써있는 글자 뿐.


관광객 몇명을 제외하고는 사람 한명 보이지 않던 유령 마을이었지만, 의외로 여러가지 미술품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작은 집이 있었다. 내부도 전시물이 있는 것 같았지만, 우리가 갔을 때에는 내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유령(?)



이건 왠지 일본의 정원에서 많이 보이는 듯 한 느낌이 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형물.



유일하게 이름이 붙어있던 예술품. 제목은.. "최후의 만찬". 세보니 13명이 맞다. 어쨌든 그렇게 별볼일 없던 유령마을을 떠나서 메스키테 모래 언덕(mesquite Flat Sand Dunes)으로 향했다. 이 시점에 막 오전 10시를 지나고 있었는데, 이 시기의 온도가 벌써 화씨 105도(섭씨 4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오전에 이정도 온도라니, 더 얼마나 뜨거워질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그래도 차 안에서는 에어컨을 최대로 틀고 달려서 그런지 더위가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국립공원 내부는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편하게 달릴 수 있었지만, 제한속도가 상당히 낮았다. 하지만 주변에 레인저 차량들이 꽤 많이 다니고 있어서 과속을 생각하는 건 그리 현명한 일은 아닌 듯 했다.



모래 언덕 앞 주차장에 주차한 우리의 쉐비 에퀴녹스. 너무 더운 날이어서 그런지(알고보니 이 날 6월 최고 온도를 찍었다고-_-), 관광객들이 거의 없었다 .텅 빈 주차장.



주차장에서 보기에는 이렇게 조금 허접한 모습이지만,



가까이 갈 수록 사막의 느낌이 많이 난다. 여기 도착했을 때에는 화씨 110도(섭씨 약 43도)를 넘어서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벌써부터 모래가 엄청나게 뜨거워져 있었다. 신발을 신고 있기는 했지만 크룩스여서, 구멍사이로 들어오는 뜨거운 모래 덕분에 제대로 걷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뜨거울 줄이야...






본래 계획대로라면 저 모래 언덕들을 따라서 꽤 많이 걸어내려가는 것이었는데, 더위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외부에 20여분밖에 나와있지 않았을 뿐인데, 검은색 렌즈와 카메라는 손을 델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다. 나중에는 정말 셔터를 누르는 것이 겁날 정도로 카메라가 뜨거워졌는데, 이러다가 고장나는게 아닌지 겁날 정도였다.



그래도 뜨거움을 무릅쓰고 모래언덕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나도 운동화였더라면 조금 더 가봤을텐데, 크룩스라는 것이 아쉬웠다. 사실 땀도 나지 않을 정도로 더운 날씨는, 운동화였더라도 포기하게 만들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게 차로 돌아와서 온도계를 보니.. 화씨 117도..ㄷㄷㄷ..  섭씨로 약 47도나 되는 온도다. 데스밸리에 오기 전에 내가 겪어본 자연적인 최고의 온도가 45도 정도였으니, 여기 와서 체감온도를 그대로 갱신해 버렸다. 정오가 다가오는 시간이니 이해는 갔지만, 그래도 섭시 47도라니-_-;;;



우리는 모래 언덕 구경을 가볍게 끝내고, 바로 앞의 스토브 파이브 웰스(Stovepipe Wells)에 들려서 국립공원 비용을 내러 갔다. 정확히 말해서는 국립공원 패스가 있으니 국립공원 지도를 얻으러 갔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몰랐다.



이것은 국립공원비용을 내는 기계. 우리는 연간 패스였으므로 안으로 들어가서 레인저에게 패스를 보여주고 지도와 차 앞에 붙이는 허가증을 받았다. 우리가 나갈 준비를 하자 레인저가 우리에게 오늘 정말로 뜨거운 날이니 차가 퍼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조언을 했다.



레인저 스테이션 밖에 있던 온도계. 지금은 화씨 118도(섭씨 48도) -_-;;;; 계속 올라간다. 솔직히 이 쯤 되었을 때 겁났다. 얼마나 더 뜨거워 질지 몰라서;;




보통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쉬었다 가는 듯 싶었지만 오늘은 쥐죽은 듯이 조용헀다. 걸어다니는 사람은 전무했고, 가끔 지나가는 차량이 전부였다. 



다음 목적지는 퍼너스 크릭(Furnace Creek)에 위치한 비지터 센터. 



이동하는 길에 있던 광산의 일부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흔적.





190번 도로를 타고 가는 길에 옆으로 머스타드 캐년이 펼쳐졌다. 머스타드 캐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당연히 바위의 색이 머스타드 색이기 때문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도착한 퍼너스 크릭 비지터 센터.


햇빛이 워낙 강하게 내리쬐는 곳이서 그랬을까? 비지터센터의 주차장의 반 이상은 지붕이 있어 차에 그늘이 생기도록 만들어 놓았다. 오늘 오전부터 열심히 달린 관계로, 차가 퍼지지 않도록 본넷에 차가운 물을 뿌려서 조금이나마 식기를 기원하면서 비지터 센터로 들어갔다. 



비지터 센터를 방문했을 때의 외부 온도는 화씨 126도!! (섭씨 52.2도..ㄷㄷㄷㄷ)


살면서 사우나도 아니고 자연적으로 50도를 넘는 경험을 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바람이 살짝이라도 불면 사우나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땀은 몸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그냥 말라버리는 그런 느낌. 바깥에 있는 동안 땀 자체가 나는 것을 못느꼈다. 오히려 차를 타고 에어컨을 틀어서 온도가 내려가는 시점에야 땀이 날 정도.



데스밸리 퍼너스 크릭 비지터 센터는 단순히 루트 등에 정보를 얻는 것 뿐만 아니라, 데스밸리가 생겨난 이유와 자연적인 환경에 대해서까지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들이 갖춰져 있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는 만큼, 데스밸리의 더위에서 벗어나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데스밸리에 대한 공부를 어느정도 할 수 있었다.




데스밸리의 특징은, "뜨겁고, 건조하고, 낮다"라는 것이다. 


데스밸리의 서쪽으로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자리잡고 있어 태평양으로부터 오는 비를 비롯한 모든 수분이 가로막히고, 계곡 형태로 양쪽으로는 2,000m가 넘는 산들이 자리잡고 있으나 데스밸리의 가장 낮은 포인트는 해발 -86m 이니 그 협곡의 깊이도 큰 차이가 있다. 거기다가 식물이 없어 뜨거운 열을 흡수하지 못하고 대류하지만, 계곡때문에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데스밸리 안에서 돌게 되면서 이와같은 현상을 낳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여름에 50도를 넘어가는 것을 보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는 것.


데스밸리가 기록했던 최고 온도는 화씨 134도(섭씨 56.7도)다. 상상도 못할 온도. 물론, 지금도 섭씨 52도지만;;



지구상에는 이렇게 내륙 내에 해발보다 낮은 곳이 여러곳 위치해 있지만, 환경상으로는 데스밸리만한 곳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정도. 어쨌든 그렇게 비지터 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간단한 도시락을 먹은 뒤,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라는 배드워터로 향했다. 이 때즘의 시간은 오후 2시. 데스밸리가 데워질대로 데워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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