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부여행 캘리포니아#10 - 해발보다 낮은 곳 배드워터, 그리고 데스밸리



벌써 데스밸리에 온지 4시간이 넘게 지나서 차는 데워질대로 데워져 엄청 뜨거웠다. 퍼너스 크릭 비지터 센터에서 배드워터로 향하는 길에도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했음에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하얀차라서 덜 데워지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이미 외부 온도가 너무나도 뜨거운 상황에서 아주 큰 차이라고 느끼기는 힘들었다.



이전에 배드워터를 찾았을 때에는 저 하얀 소금길이 더 넓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상대적으로 좁고 긴 느낌이었다. 여름이어서 더 그런것이려나 싶었는데, 아마 너무 오랜만에 찾아서 풍경 자체가 조금 변하게 아닌가 싶다. 



이 물이 바로 배드 워터. 아마 절대 마실 수 없을 정도인데다가, 박테리아까지 살고 있는 그런 물이기에 배드 워터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해수면보다 282피트(85.5미터)나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렇게 깊은 내륙에 있으면서도, 해발보다 낮은 곳들이 전세계적으로도 꽤 존재하는데 데스밸리는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온도를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여름은 데스밸리를 방문하기에 최적이 아니라는 이야기. 아니면 아침 일찍 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말라버린 소금들. 



사진상에서는 저렇게 예쁜 모양(?)을 만들면서 말라있는데, 실제로 보이는 모습과는 좀 차이가 있다. 아마 저 안쪽의 넓은 소금지역으로 가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게 멀리까지 걸어가기에 50도가 넘는 데스밸리의 온도는 멀리 걸어가기에는 정말 무리였다. 사진속처럼 굳은 소금 모양은 이전에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을 건널 때 본 적이 있다.



아무리 덥더라도, 그래도 소금땅에 발은 디뎌야 겠다는 일념으로 조금만 걸어보기로 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건식 사우나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 거기다가 태양도 강해서 금방 타버릴 기세.



그 와중에 파 놓은 곳 안으로 보이는 물. 아마 엄청난 농도의 소금물이겠지.



끝없이 이어지는 소금 길. 양옆으로 갈색으로 보이는 것도 역시 소금이다. 



어느정도 걸어와서 뒤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금 평원을 향해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이상하게 우리가 도착할 때만 해도 사람이 거의없다가 떠나려고만 하면 사람들이 많아진다. 



멋지게 망원 렌즈를 들고 포즈를 잡는 태양. 하지만, 주변에 망원렌즈로 찍을만한 피사체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본 소금평원의 소금 길. 아까보다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가 갔던게 저 멀리 보이는 2 사람이 있는 정도의 거리였다. 걷는것도 걷는 것이었지만, 하얀 소금이 반사하는 햇빛도 무시무시했다. 배드워터는 바로 이 소금평원을 좀 더 걸어보기위해서 왔던 거였는데, 오늘은 그냥 여기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는 배드워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내추럴 브릿지 캐년.



사실, 여기 도착할 때만 해도 우리는 내추럴 브릿지를 쉽게 보고 올 수 있을 줄 알았다. 겨울에 이 곳에 왔을 때 생각보다 쉽게 다녀왔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협곡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은.. 상상 이상이었다. -_-;


50도가 넘는 온도에서 지열에 의해 데워진 바람이 얼굴과 몸으로 불어온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산들바람 수준이 아니라 우산이 뒤집힐 정도의 강한 바람이라고. -_-;;;;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중간까지 올라가면서 우리가 왜 이 길을 걸어야 하느냐에 대한 회의에 빠질 정도로 한발짝 한발짝이 어려웠다.



결국 꽤 걸어갔다가 내추럴 브릿지는 포기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데스밸리의 목적지 중에서 유일하게 포기한 곳이다. 사실 엄청 멋진 내추럴 브릿지가 아니었기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곳.




다음에 잠깐 들린 곳은 악마의 골프 코스(Devil's Golf Course). 


미국 사람들은 '악마의'라는 말을 붙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어쨌든 울퉁불퉁한 소금평원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모습이 악마들이 골프를 치던 골프장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 이름을 붙였겠지 싶다. 다만, 실제로 여기서 골프를 친다면, 골프공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ㅋㅋ




뜨거워질대로 뜨거워진 데스밸리에서 이제 우리는 가능하면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둘러볼 수 있는 곳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티스츠 드라이브(Artists Drive) 였다. 이전에는 두번 다 흐린날 봤었는데, 맑은 날 보니 산의 색이 심상치가 않다. 이 아티스츠 드라이브는 편도로만 달릴 수 있는 길이다.



그렇게 달리는 동안 오늘의 최고 온도를 찍었다. 화씨 127도 (섭씨 52.8도..ㄷㄷㄷ).. 이게 가능한 온도가 싶을 정도.



우리말고도 아티스트 드라이브를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우리처럼 차에서 내리지 않고 구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진속의 깨알같은 사람들처럼 이 뜨거운 온도에도 불구하고 올라가서 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더위에 지칠대로 지쳐가는 우리로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또 일방길을 따라 열심히 달리는 길. 하늘이 유독 파래 보인다.



왜 아티스츠 드라이브라고 부르는 지 알 수 있을정도로 다양한 색을 가진 바위들. 이런 색들이 꼭 자연이 만들어놓은 예술적인 풍경같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여기가 아티스츠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인, 아티스츠 팔레트(Artists Palette). 아래보다는 윗부분의 색이 현란한 것이 꼭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 바위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덕분에 저런 색이 나왔겠지만, 어쨌든 그냥 보고만 있어도 신기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좁은 1차선 도로를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돌의 색을 보며 달리다보면 드라이브 코스도 마무리.



올라가는 동안 해발이 꽤 높아진 듯, 마지막 구간은 계속해서 내려가는 직선코스로 마무리 되었다.



이곳은 데스밸리 내에 위치한 숙박시설인 퍼너스 크릭 리조트. 꽤 고급 리조트라고는 하지만, 한 여름에는 그리 묵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위치는 좋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주변에 별다른 시설도 없으니까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여름시즌이 지나면 가격대가 $200~300 정도 하는 고급 리조트.



그렇게 호텔을 지나 다음 뷰포인트인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에 도착했다. 황금빛 파도같은 바위를 볼 수 있다고 표현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여기도 이렇게 주차장에서 내려서 걸어올라가야 포인트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계속 차 안에서만 움직여서인지 더위가 상당히 가셔서 한번 올라가보기로 했다.


물론, 5분도 채 안걸려서 차 안에서 나온걸 후회하긴 했지만.








자브리스키 포인트에서 본 풍경.


데스밸리 옆으로 황금빛 파도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 펼쳐졌다. 확실히 이 모습 하나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었던 포인트. 



풍경 감상을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도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인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포인트였다. 이제는 오늘 데스밸리 일정의 마지막 장소인 단테스 뷰(Dantes View)로 향할 차례. 해발 1,669미터의 위치에 위치한 이 뷰포인트는 데스밸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포인트로 유명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화씨 120도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발 1600미터 이상을 올라가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선선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도로에서부터 13마일이나 떨어진 뷰포인트까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단테스뷰에 위치한 안내판. 각 산들의 이름에 대해 안내가 되어 있었지만,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그래도 1,600m까지 올라오니 온도는 약 35도 정도.. 아래에서 50도가 넘는 온도에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35도는 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소금으로 덮여있는 뜨거운 데스밸리. 양쪽으로 높은 산이 계곡을 만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쪽이 가장 뜨거운 지역. 생각해보니 식물이 없어 빛 흡수를 못하는데다가 하얀색의 소금이 빛까지 반사할테니, 뜨거워지는 것도 이해할 만 하다. 거기다가 양쪽의 계곡이 뜨거운 공기가 벗어나지 못하고 대류까지 하게 만드니까.



북쪽을 바라본 모습. 계곡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저 멀리가면 더 멋진 풍경이 보일까 싶어서 이동해 봤다. 물론, 특별한 풍경이 보이지는 않았고..



아까랑 똑같은 풍경이었다. 각도가 약간 달라졌다는 정도? ^^



황량항 황무지가 이어지는 풍경.



여기가 바로 배드워터 지점. 오늘 가장 뜨거웠던 화씨 127도를 기록했던 곳.



그렇게 단테스 뷰를 떠나 라스베가스로 이동했다. 사실 원래 일정에는 온천에 들렸다 가는 것도 있었지만, 온도가 50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온천에 가는 것은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바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라스베가스 라이프의 시작이지만, 사실상 라스베가스는 일하러 온 것이라 5박이나 했음에도 거의 관광은 하지 못했다.




이 블로그의 글에는 제휴링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he links in this blog include affiliate 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