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043]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꽃, 치즈, 그리고 감자튀김



[네덜란드 #043]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꽃, 치즈, 그리고 감자튀김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날씨는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비를 흩뿌릴 것만 같은 하늘이었지만, 다행히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아서 비가 오기 전까지는 암스테르담을 그냥 돌아다니기로 했다. 정처없이 멀리 갔다가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하 옆으로 이어지는 꽃시장을 만났다.



꽃시장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 앞의 시계탑. 아마도 조금 들여다보면, 뭔가 역사가 있을지도 모른게 생겼다. 유럽에서 좀 오래되어 보이는데 역사가 없는 건물을 찾는게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Singel이라는 도로에 위치한 이 꽃시장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다양한 생화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구근들도 팔고 있어서 관심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사 갈 수 있을 듯 했다. 한국 사람들이야 암스테르담이 마지막 목적지라고 하더라도, 이런걸 구입한다면 농수산물 검역센터에 당연히 신고를 해야 하겠지만. 






구근들의 앞에는 꽃의 사진들이 걸려 있어서 자라면 어떤 모습이 될지 쉽게 알 수 있었다. 한번 사다가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여태껏 내 손에서 제대로 자라본 식물이 드물다보니 그냥 상상만으로 두기로 했다.



다양한 튤립 구근들을 이렇게 봉투에 넣어서도 팔고 있었다.




확실히 다른 유럽 도시들을 가더라도 꽃과 관련해서는 네덜란드가 참 잘되어있고 다양하게 판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리고 한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꽃이 모두 네덜란드에서 재배되어서 수출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다른나라에서 재배된 꽃들도 엄청난 양이 네덜란드를 거쳐서 수출된다고 했다. 아마, 잘 정비된 시스템의 힘이겠지.



지나가는 가게에서 본 나막신. 


예쁘기는 하지만, 이걸 신고 돌아다닐 엄두는 나지 않는다. 무게도 무게지만, 발 다 상할듯 싶다.



네덜란드 답게 튤립 모양을 하고 있던 우산들.



Singel 거리.



그렇게 걷다가 치즈가 수레에 담겨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얼핏 보기에는 모형 치즈 같았지만, 물어보니 바깥에 있는 것도 진짜 치즈라고 했다. 아무리 봐도 모형같은데...-_-;



그러고보니 전통 복장을 입고서 치즈를 진열하고 있는 이 종업원도 인형같다. 그냥 인형같은 분이 진열도 하고 있으니, 바깥에 있는 치즈도 진짜라고 믿어도 될 듯 싶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펴고 싶어진다. 어쨌든 다양한 치즈 구경 뿐만 아니라 시식도 할 수 있었던 가게. 우리도 여기서 프랑스에서 산 모엣샹동 샴페인과 먹을 가장 무난한 고다치즈를 구입했다.



벽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치즈들. 저래뵈도 하나당 가격이 좀 된다. 우리같이 여행자들은 보관할 방법이 없어서 작은걸 사게 되지만, 치즈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살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가게 중심에 위치한 시식대. 종류별로 시식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해 놔서, 모두 맛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맛들이 있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멀한 고다치즈와 스모크드 치즈가 맛있었다.



성인 남자 주먹 만한 크기가 한개 10유로가량. 다른 곳에서도 이 브랜드의 제품은 가격이 비슷했다.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또 시식용 치즈를 집어먹었다. 다양한 치즈들을 맛보다보니, 시식용으로만 거의 1개 분량의 1/4정도 먹은 듯 했지만 그래도 사가지고 나왔으니 양심에 찔리지는 않았다. 나 뿐만 아니라 방문한 사람들도 꽤 많이 먹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치즈가게를 나와서 또 운하를 따라서 하릴없이 걸었다. 갔던 곳만 안가면 된다는 아주 심플한 여행 루트. 암스테르담은 그렇게 아무 골목이나 걸어다녀도 예쁜 운하와 독특한 건물들이 있어서 즐거웠다. 사실 유럽 전체를 통틀어서도 그냥 것는 재미가 가장 큰 도시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다 만난 감자튀김 가게.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유명하다고 해서 몇번 사먹었는데, 실패를 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반신반의를 하면서 사먹었는데 여기는 맛있었다. +_+!! 다른 곳들은 갓 튀겼다고 하더라도 뭔가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왠지 냉동감자 같다거나 좀 푸석푸석한), 여기는 갓 튀긴 감자튀김의 고소한 맛이 그대로 배어나왔다.



소스는 별도로 팔고 있었는데, 가장 인기있는 소스를 달라고 하니 고소한 마요네즈를 얹어줬다. 사실 이 때 반하고 나서 한국에서도 감자튀김을 먹을 때는 계속 마요네즈를 찾았는데, 이 날의 마요네즈 맛을 내는 경우는 한국에서는 없었다. 유럽에서는 마늘향 마요네즈가 좀 비슷한 맛을 냇었는데. 사실 이때쯤 많이 출출해서 더 맛있었는지도.



그냥 거리 풍경.



신교회가 있던 곳의 광장. 




거대한 낫을 든 퍼포머. 바닥에 뭘 받치고 올라가 있는거라 움직이지는 못하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뒀던 퍼포머. 하긴 암스테르담에서는 거리 음악 공연을 하는 사람 외에는 이사람밖에 못본 듯 싶다. 그래서 더 관심을 주는 것일지도.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던 언니.



암스테르담의 트램 정류장 풍경.



모엣 샹동의 작은 보트.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짐나.



그렇게 길을 따라 걷다보니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의 집 근처에 도착하게 되었다. 사실 왠 동상이 있길래 다가가 봤는데, 그게 바로 안네 프랑크의 동상이었다. 얼굴을 모르는 관계로 동상만 봤을 때는 몰랐지만, 아래 적혀있는 이름을 보고서야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옆으로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서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암스테르담에서는 딱히 무언가를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가 그 곳이구나...라고 서로 이야기만 주고받고 그냥 지나쳤다. 아,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고 건물 사진 몇장은 찍고 지나쳤다. ㅎㅎ



하우스 앞의 운하. 예쁘게 꾸며진 거주용 배가 눈에 띄었다.






길게 선 줄 때문에 아마 관심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스테르담은 여러가지 볼거리가 꽤 많은데, 이날은 왜 그런 곳들을 하나도 구경을 안했을까 싶지만 사람이라는게 그날의 기분에 많이 좌우되는거니까. ^^; 아마 암스테르담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열심히 돌아다니겠지.



안네 프랑크 하우스.



자전거가 있는 운하 풍경.



배가 있는 운하 풍경. ^^



암스테르담에서 이렇게 폭과 기울기가 애매한 건물들을 만나는 건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참 신기했는데, 계속 보다보니 익숙해지는 느낌. 그래도 어느정도 신기한 건 사실이었다.



역시 빽빽하게 들어서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건물들.




골목을 걷다보면 이렇게 노천 테이블을 만들어 놓은 바도 쉽게 만나게 된다. 유럽에서는 이렇게 노천 테이블을 보는 것이 참 당연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햇빛을 피할까 고민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햇빛을 즐길까 고민하니까.



다리위에 서 있던 아버지와 함께 온 아이. 운하의 배를 보면서 즐거워 하고 있었다.




암스테르담의 특정 거리를 가면 이런 무지개 깃발을 쉽게 볼 수 잇는데, 이 무지개 깃발은 동성애자를 의미한다. 보통 집에 걸어놓는 경우도 있지만, 저렇게 동성애자를 위한 커피나 술집에서도 걸어놓는 경우가 꽤 있다. 그렇다는 것은 손님들의 대다수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이유로 가보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그렇게 암스테르담을 좀 더 돌아다니다가 중앙역 앞에서 숙소로 가는 트램을 탔다. 숙소가 거리가 좀 있는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트램으로 쉽게 다닐 수 있어서 불편하지는 않았다. 사실 종점에서 호텔까지 좀 더 걸어가긴 해야 했지만.



숙소로 가는 길에 만난 민달팽이.



바로 저 다리를 건너면 숙소가 있었다. 나중에 돌아오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숙소는 암스테르담의 바로 외곽에 있는 듯 했다. 알고보니 지역명은 스키폴 공항이 있는 Schiphol. ^^;; 뭐, 공항 자체가 멀지 않으니 부담도 없긴 했지만. 그렇게 하루종일 아침부터 암스테르담을 걷고 또 걸은 다음, 내일은 근교를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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