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동차여행] #011 아이슬란드 - 코끼리바위와 검은해변을 내려다보는 전망대, 디르홀라이(Dyrholaey)



스코가포스에서 디르홀라이로 가는 길에는 끝없는 루핀 밭이 펼쳐졌다. 흐드러지게 펼쳐진 프로방스의 라벤다 밭이 이런 느낌일까? 끝없이 보라색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차를 자꾸만 멈추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지만, 왕복 2차선인 곳에서 세울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수많은 루핀밭의 한 곳에서 작은 공간이 나타나 차를 멈출 수 있었다. 유럽 자동차 여행 중 맘에 드는 순간이, 바로 이렇게 원할 때 멈출 수 있다는 것!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느낌이 매우 달랐던 이 꽃은, 생각대로 사진에 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차를 달리면서 보이는 풍경은 거의 보라색만으로 가득한 풍경이었지만, 멈춰서 찍어보면 어쩐지 녹색이 꽤 많이 섞여 있었다. 뭐 그런것을 떠나서 생각해 보더라도 한 가지 꽃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 그 자체였다. 물론, 나중에는 툭하면 이 루핀밭이 펼쳐지는 바람에 흥미가 다소 사라졌지만, 재미있게도 남부를 벗어나 동부로 들어가서는 굉장히 보기 힘든 꽃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7월에 펼쳐지는 이 야생화의 풍경(처음에는 일부러 심은 건줄 알았다)은 이 시기에 아이슬란드를 찾아야 할 가장 큰 이유중 하나임에는 틀림 없었다. 오기전에는 모르긴 했지만;;



디르홀레이(Dyrholaey)는 비크(Vik)가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만의 서쪽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가면 된다. 포장된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레이니스피아라(Reynisfjara)로 이어지고, 비포장길을 따라 산 위로 올라가면 디르홀라이로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디르홀라이가 다르호레이 혹은 다르홀레이로 알려졌지만, 현지어의 발음은 디르홀레이에 가깝다. 뭐, 외국어를 정확히 한국어로 적는 것은 불가능하긴 하지만.




디르홀라이는 길게 펼처진 검은 해변, 그리고 갈매기들이 상주하는 절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이다. 차 한대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비포장길을 따라 올라가야 하지만, 차량의 통행이 그리 많지 않아서 올라가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며,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살짝 멈춰서 비켜주면 된다. 별다른 룰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에서는 보통 내려오는 차를 위해서 올라가는 차가 비켜주는 경우가 많았다.




절벽에 살고 있는 갈매기들. 전망대를 구경 온 우리가 위협이라고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을 계속 비행하며 울어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전망대 위에는 차 2대만 주차되어 있을 뿐이었는데, 잠시 절벽과 검은 해변을 감상하고 있는 동안 4-5대의 차들이 한꺼번에 도착하더니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사람들의 복장을 보면 7월 초라고는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날씨가 어떤지 대충 짐작이 될 듯 싶다. 흐려지니 10도 초반까지 내려간데다가, 바람까지 심하게 불었다.



아이슬란드의 풍경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나무가 없기 때문일 듯 싶다. 익숙한 해안 풍경에는 항상 나무가 등장하곤 했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나무라고는 찾아볼수가 없으니 대부분 위와같은 초원이 펼쳐진다. 자연이 거칠게 다듬어놓은 형상과 생물이 살 것 같지 않은 황량함이 바로 아이스란드의 매력이 아닐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검은 해변도, 화산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 중 하나다. 지열로 뎁혀지지 않은 곳이라면 바닷물의 온도가 꽤 낮기 때문에 수영하는 건 그리 쉽지 않지만, 그래도 검은 해변은 흔한 해변이 아닌만큼 눈으로 보는 풍경의 느낌도 독특하다. 그러고 보면 검은 해변을 본 다른 곳도 하와이와 같은 화산섬이었다.



전망대에서 잠깐 구경을 하고 나면, 그 뒤로 이어지는 작은 트레일을 따라 걸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특정 시기에는 입장을 제한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일단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문제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인구 30만의 아이슬란드에서는 아이슬란드 사람을 보는 것이 더 힘들기는 했으니, 이런 곳에서 관리자를 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트레일은 자갈로 되어 있어 크룩스를 신고 걷던 나에게는 영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바로 옆의 흙길로 걸었는데, 나와 같은 불편함을 겪은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그냥 길이 오히려 걷기 편하게 잘 다져져 있었다.



그렇게 트레일을 따라 걷다보면 커다란 바위가 등장한다. 2개의 작고 큰 아치가 있는 바위인데,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코끼리바위라고 부르고 있었다. 특별한 이름이 있는 것인지는 몰겠지만, 코끼리 바위라는 표현을 하기에는 코끼리가 연상되지 않기는 했다. 아니, 그 뒤 오른쪽의 작은 섬이 더 코끼리가 엎드려 있는 느낌이 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려나.



위쪽의 저 바위가 더 코끼리 같았다.



저 바위는 멀리서 구경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위로도 올라갈 수 있었다. 공식적인 트레일은 그냥 전망대가 있는 지역을 한바퀴 도는 것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했던 듯, 저 바위 위로도 길이 나 있었다. 가는 길이 꽤 넓고 위험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다녀와보기는 했지만, 사실 큰 볼거리는 없었다.



이 바위는 아마 지역을 구분하던 벽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지금은 의미없어진 것일지도.





코끼리바위 근처에서 본 절벽과 등대의 풍경. 깍아지른 듯한 수직졀벽과 아래의 검은 해변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으면 엄청난 명소가 되었겠건만,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런 풍경이 너무 흔하다는 것이 문제다. 아, 문제는 아닌가. 어쨌든, 아이슬란드는 하루하루 변하는 풍경이 정말 인상적인 독특한 곳이었다.



코기리 바위로 가기 전. 잘 보면 위로도 트레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위 위를 걸어가던 중 만난 갈매기. 알을 품고 있는 듯 보였지만, 나중에 갈매기가 가고 난 뒤에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바위 위에서 본 풍경. 오른쪽 바위가 아무래도 코끼리바위 같고(우기는 중), 그냥 네모난 바위도 바다 위에 서있다. 바위의 모습이 확실히 독특하다. 어떻게 저런 모양의 바위가 바다에 덩그라니 남을 수 있었을까?



바위 위에서 바라본 반대편 해안. 멀리 레이니스피아라 해안이 보이고, 그 옆으로는 유명한 3개의 바위가 보인다.



이 해안과 바위는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에 나온 곳으로도 유명한데, 아이슬란드 전설에 따르면 2명의 트롤(명인가 마리인가!)이 돛이 3개 있는 배를 끌고오다가 침몰해서 그 배가 현재 저 3개의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전설을 실제로 이해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겠지만, 어쨌든 지역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단느 것은 참 재미있다.



두마리의 동물이 마주보고 있는 것 같은 바위. 가운데에는 꽃이 피어있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 찍은 등대. 그 사이에 날씨는 완전 흐린 날씨로 변해버렸다. 정말 변화가 빠른 아이슬란드 날씨. 분명히 아침에 스코가포스를 트래킹할때만 해도 햇살이 강렬했는데..



다시한번 보는 절벽과 러프한 땅의 모습.



그리고 쭉 이어지는 검은 해변. 가까이 가서 보면 정말 더 까맣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그렇게 디르호라이를 떠나서 오늘의 두번째 목적지인 레이니스피아라로 향했다. 주상절리가 매력적인 해변이라는 레이니스피아라는 검은 해변을 직접 걸어볼 수 있는 곳이라 더 끌렸다.



이 블로그의 글에는 제휴링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he links in this blog include affiliate 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