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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국립공원 호 레인포레스트 & 루비 비치 여행: 홀 오브 모시스, 주니어 레인저, 오리건 옥스보 캠핑장

호 레인포레스트 홀 오브 모시스의 이끼 덮인 빅리프 메이플 숲
호 레인포레스트 홀 오브 모시스

포크스에서 호 레인포레스트로

포크스(Forks) 초입의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올림픽 국립공원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시작됐다. 첫 목적지는 호 레인포레스트(Hoh Rain Forest). 포크스에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 아침 일찍 움직이면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도착할 수 있다. 오전에는 숲, 점심 무렵에는 바다를 보고 오후에는 오리건주까지 내려가야 하는, 이번 여행에서 이동 거리가 꽤 긴 날이었다.

이끼 낀 나무가 늘어선 어퍼 호 로드

101번 도로에서 어퍼 호 로드(Upper Hoh Road)로 들어서면 길 양옆의 나무부터 달라진다. 줄기마다 이끼가 두껍게 붙어 있어서, 방문자센터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레인포레스트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든다. 가는 내내 셔터를 누르게 되는 길.

어퍼 호 로드 숲 가장자리에서 풀을 뜯는 사슴

주차장 옆 숲에서 풀을 뜯고 있던 사슴도 만났다. 올림픽 국립공원에서는 사슴이나 엘크를 도로 근처에서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기 때문에, 숲길에서는 속도를 줄여서 달리는 편이 좋다.


호 레인포레스트 방문자센터 RV 주차 구역의 캠핑카들

호 레인포레스트 방문자센터와 주니어 레인저

방문자센터 주차장에는 RV 전용 주차 구역이 따로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캠핑카와 캠퍼밴 몇 대가 나란히 서 있었고, 우리 캠핑카도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10월에 아침 일찍 도착한 덕분에 입구에서 기다리지 않고 들어올 수 있었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주차장이 크지 않아서 붐비는 시기에는 차가 나가는 만큼만 들여보내는데, 공원에서는 입구에서 최대 2시간까지 기다릴 수 있으니 오전 8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도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방문자센터는 여름에는 매일 문을 열고, 봄·가을에는 주로 금~일요일에만 열며, 1월부터 3월 초까지는 닫는다.

방문자센터 바로 옆에는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호 캠핑장(Hoh Campground)도 있다. 숲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 이른 아침에 트레일을 걷는 방법도 있는데, 여름 성수기에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호 방문자센터 표지판
방문자센터 안 하이킹 트레일 거리 안내 칠판
방문자센터 안의 트레일 안내

방문자센터 안 칠판에는 주요 트레일과 거리가 적혀 있었다. 가장 유명한 홀 오브 모시스(Hall of Mosses)는 0.8마일(약 1.3km), 스프루스 네이처 트레일(Spruce Nature Trail)은 1.2마일(약 1.9km)의 루프 트레일이다. 호 리버 트레일(Hoh River Trail)은 편도 18마일(약 30km)이 넘는, 며칠을 걸어야 하는 본격적인 트레일이다.

호 레인포레스트 방문자센터 전시를 보는 아이

전시실은 크지 않지만, 호 강과 숲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모형과 그림으로 보여줘서 아이들과 둘러보기 좋다. 버섯 모형이나 숲의 단면을 재현한 전시도 있다.

올림픽 국립공원 주니어 레인저 북클릿 두 권
주니어 레인저 북클릿

그리고 이곳에서 받은 것이 주니어 레인저 북클릿(Junior Ranger Booklet). 미국 국립공원 대부분에서 어린이용 활동지를 나눠주는데, 활동을 채워서 방문자센터에 가져가면 레인저가 확인하고 배지를 준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북클릿은 공원 안의 방문자센터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다. 아들 둘 몫으로 두 권을 받아 들고 트레일로 향했다.


홀 오브 모시스 방향 표지판

이끼의 전당, 홀 오브 모시스(Hall of Mosses)

홀 오브 모시스 트레일은 방문자센터 바로 옆에서 시작한다. 길이 거의 평지라 아이들과 걷기에 부담이 없고, 중간중간 갈림길이 나오지만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헤맬 일은 없다.

거대한 나무와 벤치가 있는 홀 오브 모시스 트레일

트레일 초입부터 나무의 크기가 남다르다. 앞 글에서 메리메어 폭포 가는 길에 이야기했던 온대우림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비가 워낙 많이 오는 지역이라 나무들이 크게 자라고, 줄기와 가지마다 이끼가 뒤덮고 있다.

거대한 나무 앞에서 팔을 벌린 아이

거대한 나무 앞에서 팔을 벌려본 아들. 팔을 다 벌려도 나무 폭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끼가 커튼처럼 늘어진 빅리프 메이플 가지
홀 오브 모시스의 빅리프 메이플

홀 오브 모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구간에 오면 알 수 있다. 빅리프 메이플(Bigleaf Maple) 나무의 가지마다 이끼가 커튼처럼 늘어져 있는데, 사진으로만 보던 바로 그 풍경이다.

이끼와 가을 단풍이 섞인 홀 오브 모시스

가을이라 이끼 사이사이로 노랗고 붉게 물든 잎이 섞여 있었다. 온통 초록색인 여름과는 또 다른 분위기.

낙엽 쌓인 울타리 옆 흙길을 걸어가는 가족의 뒷모습

울타리를 따라 이어지는 흙길에는 낙엽이 수북했다.

이끼 덮인 나무 아치 아래에 선 두 아이

이끼 덮인 나무가 아치처럼 휘어진 구간. 아이들이 그 아래에 서니 나무의 크기가 더 실감 났다.

나이테가 드러난 통나무 단면과 낙엽

트레일 옆에 잘라 둔 통나무의 단면에는 나이테가 빼곡했다. 손으로 짚어가며 들여다보기도 했다.

숲 바닥에 자란 버섯

전날 솔덕 폭포 트레일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숲 바닥 곳곳에 버섯이 보였다.

이끼 낀 나무줄기에 붙은 딱따구리

나무줄기에 붙어 있던 머리가 빨간 딱따구리.

수초가 비치는 맑은 개울

물이 정말 맑았던 작은 개울. 물속의 수초가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호 리버 트레일 표지판과 쿠거 경고문

루프를 다 돌고 나오면 호 리버 트레일과 이어진다. 표지판에는 글레이셔 메도스(Glacier Meadows)까지 17.5마일, 그 아래에는 쿠거(퓨마)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우리는 여기까지.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걸었더니 홀 오브 모시스 한 바퀴에 1시간 정도 걸렸다.

호 레인포레스트를 포함한 올림픽 국립공원의 동선과 입장료, 숙소 정보는 드라이브트래블의 올림픽 국립공원 여행 총정리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주니어 레인저 활동지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

트레일을 마치고 방문자센터 앞에서 아이들은 북클릿의 남은 활동을 채웠다. 숲에서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을 골라 그림으로 그리는 활동이었다.

레인저가 주니어 레인저 북클릿을 확인하는 모습

다 채운 북클릿을 가져가니 레인저가 한 장씩 넘겨보며 확인해 주었다.

올림픽 국립공원 주니어 레인저 나무 배지
올림픽 국립공원 주니어 레인저 배지

그렇게 받은 배지. 엘크와 산이 새겨진 나무 배지다. 국립공원마다 배지 모양이 달라서, 아이들과 국립공원을 여행한다면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은 한 번쯤 해볼 만하다.

어퍼 호 로드의 입구 게이트

방문자센터를 떠나 어퍼 호 로드를 빠져나오는 길. 입구 게이트 쪽으로 들어오는 차들이 보였다.


루비 비치 주차장에 세운 캠핑카

루비 비치(Ruby Beach)

다음 목적지는 루비 비치. 호 레인포레스트에서 101번 도로로 나와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된다. 주차장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우리 캠핑카를 세울 자리는 있었다.

루비 비치로 내려가는 길에서 본 애비 아일랜드
애비 아일랜드

주차장에서 몇 분만 내려가면 해변이다. 내려가는 길 중간에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바다 위에 솟은 커다란 바위섬이 애비 아일랜드(Abbey Island)다. 수도원(Abbey)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유목이 쌓인 루비 비치

해변에 내려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하얗게 바랜 통나무들 이었다. 파도에 떠밀려 온 유목들이 해변 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그 사이를 넘어 다니는 것부터가 일이다.

루비 비치의 시스택

루비 비치의 주인공은 바다 위에 솟은 시스택(Sea Stack)들이다.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하는 날씨여서 바위의 색이 시시각각 달라 보였다.

아래에 구멍이 뚫린 루비 비치의 바위

가까이 가 보면 아래에 구멍이 뚫린 바위.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바위 쪽으로 걸어갈 때는 파도가 생각보다 빨리 밀려들 수 있으니 물때를 보고 움직이는 편이 안전하다.

루비 비치라는 이름은 모래에 섞인 붉은 가넷 알갱이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다만 해변 대부분은 검은 자갈이라, 이름만 듣고 붉은 해변을 기대하면 조금 다를 수 있다.

루비 비치의 바위 기둥과 애비 아일랜드
시더 크릭에서 돌을 던지며 노는 아이들

해변으로 흘러드는 시더 크릭(Cedar Creek)은 물이 잔잔해서, 아이들은 여기서 물에 돌을 던지며 놀았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며 내려다본 루비 비치

45분 정도 머물고 다시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내려다본 루비 비치.


옥스보 캠핑장 안내판과 화장실 건물

옥스보 리저널 파크 캠핑장(Oxbow Regional Park Campground)

이제 워싱턴주를 떠나 오리건주로 내려갈 차례. 루비 비치에서 포틀랜드 동쪽의 옥스보 리저널 파크까지는 400km 가까운 거리다. 중간에 쉬는 시간까지 합쳐 5시간 가까이 걸려, 해가 지기 전에 캠핑장에 도착했다. 다음 날 일정인 컬럼비아 리버 고지(Columbia River Gorge)와도 가까운 위치다.

옥스보 리저널 파크는 포틀랜드 지역 정부인 메트로(Metro)가 운영하는 공원으로, 샌디 강(Sandy River)이 크게 굽이치는 곳에 있다. 옥스보(Oxbow)는 강이 U자 모양으로 크게 굽은 지형을 뜻하는 말인데, 공원 지도를 보면 샌디 강이 공원을 감싸듯 휘어 흐르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이날은 미리 예약해 둔 21번 사이트에서 묵었다. 캠핑 요금은 사이트당 1박 25달러로 차량 1대의 주차가 포함되고, 차량이 더 있으면 5달러의 주차비를 따로 낸다. 일반 사이트 74곳과 RV 전용 사이트 12곳이 있는데, RV 사이트도 전기나 물 연결은 없다. 대신 무료 온수 샤워장이 있다.

어닝 조명을 켠 캠핑카와 피크닉 테이블

사이트에 차를 세우고 슬라이드아웃과 어닝을 펼쳤다. 어닝 아래에 보라색 LED 조명이 들어오는데, 이것만 켜도 제법 캠핑장 분위기가 난다.

옥스보 캠핑장 샤워실 내부

화장실 건물에 있는 샤워실. 공용 샤워실이라 꾸밈은 없지만, 전기·물 연결이 없는 캠핑장에서 온수 샤워가 무료라는 것은 꽤 큰 장점이다.

숲과 바위가 비치는 샌디 강
샌디 강

해가 지기 전에 잠깐 샌디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물이 맑아서 강 건너편의 숲과 바위가 그대로 비쳤다.

샌디 강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강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샌디 강 물놀이 구역의 구명조끼 대여함

물놀이 구역 입구에는 구명조끼를 빌려 쓸 수 있는 대여함도 있다. 다만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오는 강이라 물이 무척 차갑다. 여름이 아니라면 물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캠핑장 화로의 모닥불

어제는 불이 붙지 않는 장작 때문에 고생했지만, 이날의 장작은 다행히 제대로 타 주었다.

캠핑카 주방에서 만든 볶음면

저녁은 캠핑카 안의 주방에서 짜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설거지를 줄이려고 이번에도 종이접시.

꼬치에 꽂은 마시멜로와 그레이엄 크래커

그리고 캠프파이어에 빠질 수 없는 스모어(S’more). 구운 마시멜로를 그레이엄 크래커 사이에 끼워 먹는 미국 캠핑의 대표 간식으로, 보통은 초콜릿도 함께 넣는다.

새까맣게 탄 마시멜로

물론 몇 개는 이렇게 새까맣게 태우기도 했지만 ㅎㅎ

밤 캠핑장의 캠핑카와 모닥불

이렇게 워싱턴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리건주에서의 첫 밤을 보냈다. 다음 날은 컬럼비아 리버 고지의 폭포들을 따라 달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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