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레이리에서 스내펠요쿨 국립공원까지는 약 5-6시간 거리. 거기다가 오전시간을 아큐레이리에서 보내고 가는 것인지라, 바로 국립공원으로 가지 않고 그 전에 있는 마을인 스티키스홀무르(Stykkisholmur)에서 하룻밤을 묵어 가기로 했다. 어차피 해가 지지않는 여름의 아이슬란드라고는 하지만, 내 체력까지 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스티키스홀무르까지 가는 길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 그 자체로도 볼거리였다. 고도가 살짝 높아지면서 설산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빙하가 녹아내려 에메랄드 빛을 띄는 강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초원이 펼쳐지고 말과 양들이 등장하기도 하니 바깥 풍경만으로도 지루해질 일이 없었다. 지나가는 길에 본 특이한 교회. 정확히 교회 ..
다음날 아침. 먼저 짐을 차에 옮겨놓고 나서 아큐레이리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다른 유럽이라면, 오픈된 주차공간이 있는 곳에 짐을 넣어놓고 주차를 하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그래도 여기는 아이슬란드. 숙소 주인에게 물어보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최근에 그런 도난 사건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인구 30만 정도에, 도망칠곳도 별로 없는 나라라서 그럴까. 어쨌든, 범죄율이 상당히 낮은 나라인 것은 맞으니까. 어쨌든,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에서는 짐에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마구 넣고 싶은대로 넣고 다닐 수 있었다.사진에 보이는 바이킹은 한 기념품 샵 앞에 있었던 바이킹 꼬마였다. 그 옆에 전시되어 있던 하얀 북극곰. 정확히 말해서는 때탄 털을 가진 북극곰이었다. 보링보링과 쎄쎄쎄를 하는 중...
그렇게 가분화구들을 구경하고 뮈바튼을 떠났다. 이제 신들의 폭포인 고다포스(Goðafoss)로 향했다. 신들의 폭포라는 이름은, 아이슬란드의 여객선이었던 고다포스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유-보트에 의해서 침몰당한 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신들의 폭포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이슬란드의 수많은 폭포 중에서도 눈에 띄는 폭포 중 하나다. 이렇게 뮈바튼을 떠나 고다포스로 향하는 도중에도 구름이 다소 많기는 했지만, 햇살이 비치는 맑은 날씨였다. 고다포스가 햇빛이 있는 날에는 밝은 쪽빛으로 반짝인다고 해서 더 큰 기대를 했다. 워낙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아이슬란드지만, 이정도 날씨면 목적지에서도 맑은 날씨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대와는 달리 보통 안좋은 결과가 많기는 했지만. 멀리..
아이슬란드는 가끔 정말 지구같지 않은 풍경을 보여준다. 크라플라에서 뮈바튼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찍었던 풍경도 그런 풍경중 하나였다. 온천의 하늘색 빛과 나무하나 없는 풍경에 우뚝 솟은 돌산, 그리고 구름과 발전소에서 나오는 연기까지.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고 해도 왠지 끄덕일 것 같은 풍경이지만, 여기는 여전히 지구. 그러고보면, 정말 다양한 풍경이 있는 것 같다. 뮈바튼 호수의 동쪽, 작은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면 숨겨진 온천이 하나 나온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온천인데, 이렇게 지반이 무너진 것 같은 형상과 함께 동굴이 있다. 입구는 두개인데 어느쪽으로 들어가나 온천으로 가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 봤다. 자연적으로 생긴 듯한 이 온천은 짙은 청록색을 띄고 있었다. ..
유럽 자동차 여행의 장점은 이렇게 아이슬란드 같이 숙박비가 비싼 여행지에서 텐트를 이용해 숙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데 있는 듯 싶다. 전날 비가 좀 와서 걱정을 하긴 했지만, 다음날 맑아서 빨래까지 널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텐트 생활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물론, 캠핑을 하는게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나라에 대해서 한정되고, 그 외의 나라에서는 숙박비와 잘 비교해보고서 숙박을 하기는 했다. 어쨌든 아이슬란드는 확실히 비쌌던 나라 중 하나. 일어나서 간단하게 씻고 아침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제 오셨던 교수님 일행이 떠나기 전에 간단한 비상식품들을 주고 가셨다. 우리도 그 답례로 작은 김치를 드렸다. 김치를 구하기 힘든 유럽에서 김치는 그래도 꽤 레어한 아이템이니까. 어쨌든 그렇게 그 ..
텐트를 놔 두고 간단하게 수영복과 타월을 챙긴 뒤 뮈바튼 네이처 배스(Myvatn Nature Bath)에 도착했다. 비가 계속 조금씩 떨어지고 있기는 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고, 따뜻한 온천을 할 예정이었으니 오히려 살짝 쌀쌀한게 더 마음에 들었다. 따뜻한 날에 온천에 들어가는건 왠지 기분도 잘 안나니까. 뮈바튼 네이처 배스는 아이슬란드의 온천답게 유황이 살짝 느껴지는 우유빛 온천이었다. 일본에서 온천을 할 때에도 드물게 츠루노유 등 이런 빛을 띄는 온천들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타입의 온천이었다. 이번 유럽 렌터카 여행 중에도 온천을 여러번 갔었는데, 유럽에서는 이 뮈바튼 네이처 배스가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오스트리아의 로그너 바드 블루마우와 함께 말이다. (여기도 꼭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