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동차여행] #021 아이슬란드 - 에메랄드 빛 비티 분화구와 크라플라 지열지대 (캠핑과 주유)


유럽 자동차 여행의 장점은 이렇게 아이슬란드 같이 숙박비가 비싼 여행지에서 텐트를 이용해 숙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데 있는 듯 싶다. 전날 비가 좀 와서 걱정을 하긴 했지만, 다음날 맑아서 빨래까지 널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텐트 생활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물론, 캠핑을 하는게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나라에 대해서 한정되고, 그 외의 나라에서는 숙박비와 잘 비교해보고서 숙박을 하기는 했다. 어쨌든 아이슬란드는 확실히 비쌌던 나라 중 하나.



일어나서 간단하게 씻고 아침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제 오셨던 교수님 일행이 떠나기 전에 간단한 비상식품들을 주고 가셨다. 우리도 그 답례로 작은 김치를 드렸다. 김치를 구하기 힘든 유럽에서 김치는 그래도 꽤 레어한 아이템이니까. 어쨌든 그렇게 그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캠핑장에 간이로 마련된 주방으로 갔다.



여기는 바로 리셉션. 이 리셉션 옆으로 간이 주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천막으로 된 가건물이 바로 주방. 뭐, 제대로 된 주방이 없었던 곳도 있었으니, 이정도면 감지덕지라고 해야 하려나.



내부에는 물이 없어서 물을 외부에서 길어와야 했고, 설거지도 밖에서 해야 했다. 여기에 준비되어 있는 것은 오직 요리를 할 수 있는 불과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 뿐. 우리는 다행히 캠핑을 위한 요리도구가 대부분 있어서 문제 없이 요리를 할 수 있었다. 아침이니까 딱히 요리스러운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의 아침메뉴는 밥과 나가사끼 짬뽕! 이때가 한창 하얀국물이 유행하던 때였는데, 개인적으로 하얀국물 중 가장 좋아하는 라면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먹는 나가사끼 짬뽕은 지금 생각해도 꽤 럭셔리했던 것 같다. 유럽에서 의외로 구하기 힘들어서 못먹었던 라면이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니만큼 인원수에 맞게 끓여서 후다닥 먹어버렸다. 주변의 외국인들도 우리가 신기한 것을 먹는다는 표정. 그 외국인들은 그냥 빵에 버터를 발라 야채와 햄을 얹은 샌드위치를 만들어먹고 있었으니, 이런 요리를 하는 우리가 좀 이상해 보였을지도.


그래도 다행인건 나가사끼 짬뽕은 끓일 때 그렇게 매운 느낌이 나지 않았다는 것 정도. 예전에 혼자 여행할 때 호스텔 주방에서 신라면을 끓여먹었더니, 매운 기운 때문에 주변에서 요리하던 친구들이 콜록거렸던 기억이 있다. 다 끓이고 나서는 맛있다면서 그 친구들이 내 라면을 반 이상 먹어버렸던 건 또 다른 문제였지만.



다른 캠핑장에서도 봤던 빨간색 텐트들. 이 텐트들은 고정적으로 캠핑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아마 투어회사 등이 이용하는 텐트가 아닐까 싶었다. 거기서도 숙박비용을 아껴야 할 테니까.



아이슬란드에서 주유하기. 아이슬란드는 카드 사용이 잘 되어 있는 만큼 주유하는 것도 굉장히 쉬운 편이다. 먼저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눌러 주유를 한 뒤에, 영수증을 받으면 되는 시스템. 근데 영수증이 제대로 나오는 기계가 별로 없었다 -_-;; 어쨌든 계속해서 카드를 사용했지만, 아이슬란드 주유소에서는 문제가 생긴적이 없어 무난히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 주유기의 최대치만큼 승인받은 후에, 추후 매입은 실 주유된 만큼 하는 방식의 주유기도 있어서 조금 헷갈리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디젤 하면 녹색이 먼저 떠오르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디젤에 검은색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긴 유럽에서도 각각 다른 색을 사용하는 나라도 있었으니까 헷갈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혼유사고만큼 아찔한 것도 없으니까. 어쨌든 우리 차는 일반 휘발유 차였기 때문에 95 옥탄의 기름을 사용했다. 당시 환율로 리터당 약 2300원 정도. 한국보다 비쌌다.



이렇게 주우구를 열고 주유를 하면 끝. 아이슬란드에서는 생각보다 주유소가 많이 나오지 않았기 떄문에, 반 이하로 떨어지면 무조건 보이는 주유소에 들어가서 기름을 가득 채우는 방법으로 여행했다. 특히 몇몇 구간에서는 정말 주유소가 없었기 때문에, 주유를 미리 해 둔 것을 다행이라 여긴 구간도 있었을 정도. 어쨌든 주유는 이렇게 생각보다 쉽다.



그렇게 다시 차를 몰고 크라플라를 지나 비티 분화구로 향했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비가 와서 그런것일까, 오늘은 바람이 굉장히 심했다. 분명히 캠핑장에 있을때만 해도 그렇게 춥다고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크라플라쪽으로 오니 가지고 온 패딩을 꺼내입지 않고서는 못 견딜것만 같이 추웠다. 자동차에서 알려주는 온도는 영상 6도. 그런데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낮았다.



그래도 안 올라가 볼 수는 없었던 비티 분화구(Viti Crater). 비티는 아이슬란드어로 지옥(hell)을 의미하는데, 과거의 아이슬란드인은 화산의 아래에 지옥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춥기는 했지만 분화구 안에 고여있는 물이 에메랄드 빛이라 예쁘다는 설명, 그리고 사람들이 한번쯤 꼭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분화구에 올라 반정도를 걸어봤다. 맘같아서는 한바퀴를 휙 돌고 내려오고 싶었는데,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서 체온이 급 떨어진 관계로 중간 조금 못미친 곳에서 비티 분화구의 전경을 담고는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잠깐 해가 들자 에메랄드 빛으로 변한 비티 분화구의 작은 호수. 색 만큼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분화구 옆으로는 이렇게 트레일이 있었는데, 우리는 위로 이어지는 트레일에서 바로 왼쪽으로 빠져나와 작은 분화구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려가기 전에 비티 분화구 사진 한장 더. 햇빛이 반쯤 비추자 그 색이 또 오묘하게 나타났다.




비티 분화구 옆의 작은 분화구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깨알같은 사람은 비티 분화구를 한버퀴 도는 사람들이었는데, 우리 일행 중 한명도 비티 분화구를 한바퀴 돌았다. 나중에 소감을 물어보니 '너무 추워서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반을 와버려서 그냥 한바퀴 돌았어요. 너무 추워요.'... 결국 걷다보니 강제로 한바퀴 돌게 되었다는 건데, 보이는 모습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고 ㅎㅎ



그렇게 잠시 비티 분화구를 둘러보고 크라플라 지열지대(Krafla Geothermal Area)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 곳은 지열을 이용해서 발전을 하는 발전소로도 유명한데, 그만큼 땅 밑에 흐르는 마그마와 지표면의 거리가 가까워서 그 활동이 활발해 꽤 많은 양의 전기를 만들어 내기에 적합한 곳이다. 첫 조사때에 약 3-5km 아래에 마그마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실제로 파보니 2.1km 아래에 마그마가 위치했을 정도로 지표면과 마그마의 거리가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 용암이 한번 흐르기도 해서 용암이 굳어버린 모습도 볼 수 있고, 곳곳에서 온천과 분화구, 진흙이 끓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전날 방문한 흐베리르(Hverir)도 이 지역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




지열발전소 풍경.


하지만, 오늘의 목적이 지열 발존소를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그 옆의 화산지대를 트래킹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발전소는 그냥 사진에만 몇컷 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러고보니 저 발전소를 따로 구경을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진입로가 허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는걸로 보아 불가능할 것 같기는 하지만.



여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는 것을 의미하듯 핫도그 파는 곳이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이렇게 사람이 안에 있으면서 무언가 파는 것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말 잘 알려진 관광지에도 관리하는 사람 하나 잘 보이지 않는게 아이슬란드였으니까.



추위때문인지 허기가 몰려와서 핫도그 하나를 먹었다. 소스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세지 밑으로 소스가 있었다. 바람이 너무 불어 추웠던 관계로 핫도그는 차 안에서 슥삭 게눈 감추듯이 먹어버렸다. 사진에는 없지만 커피도 마셨는데, 정말 맛없었다. 그러고보니 아이슬란드에서는 제대로 된 커피를 한번도 못마신 듯 했다.



트레일 앞의 화장실. 우리가 도착하고 핫도그를 먹은 뒤 화장실을 모두 이용한 순간 한대의 투어버스가 오더니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그 의미는 조금만 늦었어도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 꽤 오래 기다려야 했을 거라는 것.



화산지대로 가는 길.



우리가 가는 길의 목적지의 이름은 대략 레이르뉴쿠르(Leirhnjúkur)정도로 발음되는 곳이었다. 그 외에는 13.1km와 9km를 걸어야 하는 우리와는 상관 없는 트레일. ^^




조금 걸어들어갔을 뿐인데 양 옆으로 화산지대가 펼쳐졌다.




잘 정비되어 있는 트레일.



묘하게 여러가지 색이 섞여있었던 바위.




이 곳도 역시 다양한 색의 온천을 볼 수 있었다. 일부는 여전히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으며 조금씩 끓고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걸어온 길 옆으로 펼쳐진 화산지대. 지금 일반 흙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이 곳은 비껴서 흘러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계속 잘 포장된 트레일을 따라서 본격적으로 용암이 흘렀던 곳으로 가 봤다.



정비된 트레일이 끝나면 이렇게 화산지대 위를 직접 걷게 된다. 온통 검은색이라 사진이 잘 찍히지 않았던 지역. 노출을 2스톱 이상 내리고 찍어야 그나마 적정수준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한쪽이 무너져 내려서 과거의 땅이 드러난 지역.


흘러갔다가 굳어서 쌓인 용암의 두께가 어느정도 짐작이 가는 풍경이다. 그 밑으로는 여전히 살아있는 땅 위로 이끼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녀석들.



그렇게 용암이 굳은 곳의 트레일을 따라 걷다보면 온도가 좀 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마도 이 근방에서 올라오는 지열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주변으로 보이는 다양한 모습의 바위들.



멀리도 용암이 흘러갔던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 용암이 넓게 펼쳐져서 흘러간 것이 아니라 여러개의 강줄기처럼 흘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다양한 색의 돌들.




그렇게 왔던 코스를 살짝 돌아서 다시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햇다. 이 곳에서 지열 덕분에 온도가 살짝 올랐다고는해도, 여기를 벗어나니 다시 매서운 바람과 낮아진 온도가 우리에게 엄습했다. 점차 떨어지는 체온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부랴부랴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다시 차를 몰고 떠나가는 길에 찍어본 지열 발전소 풍경. 파이프를 위로 올려서 차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터널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 꽤나 흥미로웠다.



이번엔 반대편 멀리서 크라플라 지열 발전소 사진을 한장 찰칵.


이제 다시 뮈바튼으로 돌아갈 차례. 마음 같아서는 오늘도 온천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온 몸을 담글수는 없고.. 자연 온천이 있어 그 곳에서 족욕을 할 수 있다는 후기를 본 기억이 나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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