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떠나기보다는, 알리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나는 스쳐가는 사람인가? 아니면 알리는 사람인가?


이제 배낭여행이라는 것은 살면서 한번쯤 가보는 필수코스가 되었다. 대학생들에게 방학 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배낭여행이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그런 경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물론, 학생들만 외국으로 떠나는 것은 아니다. 방학 기간에 외국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게 되는 또다른 직업은 선생님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휴가를 내거나, 잠시 시간을 내어 여행을 떠나곤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다름 아닌 유럽과 동남아였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유럽으로 떠나는 대학생들이 많았고, 예산이 조금 부족하지만 배낭여행의 분위기를 흠뻑 즐기고 싶은 대학생들은 동남아로 많이 떠났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국가는 태국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행 경향이 많이 바뀌어서 그들이 선호하는 국가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겨울에 여름이라는 이유로 선호되는 호주와 뉴질랜드, 아름다운 바다의 위한 필리핀, 지중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그리스, 터키, 이집트, 대자연과 대도시의 매력 미국, 마야 유적으로 유명한 멕시코나, 아직도 여전히 신비한 국가 인도, 그리고 최근에 와서 부각되고 있는 대륙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이제는 어느 곳을 여행가더라도 특히 방학시즌이라면 한국 사람들과 외국에서 마주치는 것은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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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많은 여행지들..]


 시간이 된다면 너도나도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이 요즘의 경향이라지만, 과연 그들은 얼마만큼 내 나라를 알고 외국으로 떠나는 것일까?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내내 일행과 함께 다니겠지만, 자유배낭여행을 떠난다면 여행 과정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마주치게 된다. 과연 배낭여행을 하는 우리의 대학생들은 한국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그곳을 스쳐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후자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여행 도중에 만나게 되는 사람은 그곳에 사는 현지인일수도 있고, 또는 그 나라를 여행하는 다른 나라의 여행자일수도 있다. 영어를 못한다면 간단한 인사와 어색한 웃음으로 지나가겠지만, 영어가 된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가 하나 둘 풀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기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스레 좋은 이야기 주제가 된다. 물론 한국은 1년에 휴가가 얼마나 된다는 등의 누구나 알 수 있는 가벼운 주제에서부터, 때로는 우리나라에 대한 소개를 해야 하기도 한다.

 과거에 혼자 배낭여행을 했을 때 외국인 여행자에게 우리나라의 어느 장소가 가장 방문할 만한 곳이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처음 배낭여행을 했을 때에는 그다지 대답할 말이 없었다. 딱히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그 순간이 너무나도 후회스럽다. 그때야 말로 우리나라를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니까 말이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은 때로는 남한과 북한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한과 우리나라는 같이 KOREA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여행을 해본사람들 중에는 ‘남한 사람이냐? 북한 사람이냐?’ 라는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씩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는 여행자를 만날 때가 있다. 그들에게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가 어디였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DMZ, 경주 등을 꼽는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유명한 곳이 겨우 분단 상황을 이용한 관광지 뿐 일까?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DMZ는 확실히 매력적인 장소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이외에도 가볼만한 장소가 굉장히 많다. 서울만 하더라도, 동대문(사실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은 많이 알지만, 다른 국가사람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명동이나 덕수궁, 창경궁, 창덕궁 등의 궁궐들을 시작으로 해서 선유도 공원이나 남산, 인사동 등 갈곳이 많고, 지방으로 나가면 순천만, 보성차밭, 경주, 옥정호, 설악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 하나인 제주도 등 소개하고자 하면 끝이 없다는 걸 사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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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아름다운 곳들은 많다...]


 만일 가장 관심사라고 하는 DMZ에 관해서 외국인이 질문했을 때에, 지금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에 대해서 영어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단순히 민주주의, 공산주의라는 영어단어라도 쉽게 떠올리면 다행이 아닐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적어도 우리나라에 대해서, 이왕이면 남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것은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니까.

 순수하게 여행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을 여행하면서 가까운 우리나라는 경유하는 개념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에게 여행의 목적지로서 그리 인기 있는 국가는 아니다. 2002년 월드컵으로 우리나라를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어떤’국가인지만 알 뿐 여행의 목적지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중국, 일본사람이라는 것도 세계적으로 얼마나 홍보 부족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요즘은 여행을 떠나면 만나는 친구들마다 한국에 대해서 이런저런 자랑을 늘어놓는다. 물론 묻지도 않는데 나서서 말하는 건 아니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일사천리로 설명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도 의외로 결실을 맺어서, 가끔씩 외국에서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오면 곧잘 연락을 한다. 지리적 특성상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 혹은 대만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얼마 전에는 호주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아일랜드 친구가 2주 동안 한국에 머물다 간적이 있다. 마침 시기가 한가했던 떄라, 인사동이나 동대문과 같은 장소들을 데리고 다녔다. 그중 4일 동안을 우리 집에서 자고 갔는데, 그동안에 일어난 헤프닝은 간단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남은 1주는 혼자서 경주와 부산 등에 내려갔다 왔는데, 그동안도 좋은 기억이었고 생각 외로 영어가 잘 통해서 즐거웠다고 했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중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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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친구 디아나와 명동에서..]

 한국이라는 이미지는 국가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광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 정부의 대외 홍보 실적을 봤을 때, 많은 부분들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 개개인이 외국에 나가면서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면, 그 자체로도 한국 이미지 홍보의 한 방법이 된다. 또한 이미지를 알리는 행동을 하면서, 무임승차를 하고 항공기 담요를 가져가는 등의 비상식 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돼서도 안 될 것이다. 경험을 하기 위해서 나간 여행이라면, 경험을 통한 견문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를 알고,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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