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 프레이저 아일랜드 둘째날
Fraser Island 2일째.
알람시계를 맞춰놓은 덕분에 겨우겨우 4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 취침시간은 총 4시간정도 된것 같았는데, 내가 일어나서 부스럭거렸기 때문이었는지 mark와 ketes도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우리는 일어나서 옆텐트에 일출 보러갈사람들은 일어나라고 하며 대충 잠을 깨우고는 셋이서 먼저 Indian Head를 향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Indian Head로 가는 길은 높지않은 경사길이었는데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샌달을 벗고 맨발로 올라갔다. 길 자체는 무리 없었지만, 아직 어두컴컴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길이 잘 보이지 않아서 올라가는것이 조금 힘들었다. 올라가보니 5시도 채 안된 시간인데 사람들이 벌써 많이 올라와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도 비어있는 앉기 좀 편해보이는 곳에 가서 앉았다. 사진을 찍어도 별다르게 바위가 나오지 않을만한 그런 장소에.

하늘에는 여전히 달이 떠 있었고, 바다 주위에는 구름이 꽤 많았다. 어어어어.. 이거 안좋은 예감.
아직은 어두운 바다..
일출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아무리 낮에 엄청난 더위를 자랑한다고는 하지만, 새벽에는 자켓을 입어야 할 정도로 꽤 쌀쌀했다.
시간이 조금씩 흐름에 따라 주위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밝아지면 또 일출이 시작되겠지.. 한국에서는 해뜨는것도 거의 볼까말까 했는데, 호주에 있으면서 꽤나 자주 일출을 보게 되어버렸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예상 그대로였다. 계속 밝아지는데 해는 보이지도 않더라니만, 결국은 물위에서가 아닌 구름 위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아쉽긴 했지만, 뭐... 일찍 일어나서 이렇게 시간을 보냈으니 나쁘지 않은걸! 인디언 헤드 위에서 다른 팀으로 왔지만, 일출을 보기 위해 올라왔던 고은, 기언, 정수누나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찍는 ketes. 그리고 나중에 올라온 카리나와 니콜. 알렉스.
두명의 알렉스와 몇몇은 사진을 조금 더 찍고 내려가겠다고 하기에 나는 고은, 기언, 정수누나와 함께 먼저 인디언헤드를 내려왔다. 내려오려는 시간에는 이미 태양이 하늘에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고, 우리는 해가 떠오른 Indian Head를 뒤로한채 다시 캠핑 장소로 돌아왔다.
그때 우리 텐트 주위를 어슬렁 거리던 녀석은 바로 이녀석! 딩고!...... 사실 그냥 똥개처럼 생겼다. 위험한 놈이라고 그렇게 들어올때 들었건만, 이녀석은 사람들을 보더니 스리슬쩍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때 안 사실. 우리 차번호는 FBI였다. ㅎㅎ
보통 사람 등 뒤에 기본적으로 이정도 숫자의 파리는 붙어있다. (이때는 이것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에어즈락을 다녀온 후에 이 사진을 포니 파리가 참 아주 조금밖에 안 붙어있다고 생각이 든다. ㅡ.ㅡ)
Indian Head를 빠져나와서 우리는 모래로 그릇을 씻고 물로 대충 행군뒤에 아침을 먹었다. 별다른것 없이 시리얼과 빵에 잼발라 먹는정도의 간단한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wabby point라는 곳으로 이동해서 가볍게 샤워를 했다. 처음에 샤워실앞에 돈넣는 곳이 있어서 당황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찬물은 공짜였고 뜨거운물을 사용하는데에만 동전(50c)을 넣어야 하는 것이었다. 뭐, 좋아.. 찬물로 가볍게 샤워~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밖에 있던 아저씨와 농담따먹기도 하고, 얼음에 넣어놓은 물도 얻어마시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모든 팀원이 샤워를 다 마치고, 아침을 먹었던 그릇들을 모두 설거지 끝낸후에야 우리는 이동하기 시작했다.
Fraser Island에 들어가면 3일동안 씻지도 못하고 꾀죄죄해서 나온다는데, 우리는 들어간 다음날도 샤워를 잘 하고 이동했다. 우리가 이상한건가? ^^;;; 이번에 우리가 가는 목적지는 Eli Creek이었다. 마침 썰물때였기때문에 해변에는 모래가 잘 다져져있었고, 바닷물의 위협도 거의 없었다. 덕분에 나는 운전대를 잡고 80km로 신나게 달려볼 수 있었고, 별로 달리지도 않은것 같은데 어느덧 Eli Creek에 도착했다.
역시 주위에서 Eli Creek로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사람들.
이 Eli Creek는 사람 허리정도 되는 깊이의 개울이었는데, 물도 깨끗하고 물이 흐르는 속도가 그리 느리지 않아서 몸을 물에 띄운채 가만히 있으면 아래로 떠내려가는 느낌이 재미있었다.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헤엄치면 엄청난 속도로 나아갈 수 있었고, 역으로 헤엄치면 앞으로 전진하기가 다소 까다로웠다. 뭐 거꾸로 갈때는 결국 걸어갔지만. ㅎㅎ
물을 따라서 가기 싫다면 왼쪽에 마련된 이런 길을 따라서 가도 상관은 없다. 나는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에 먼저 왼쪽길을 따라서 끝까지 간 다음에 그곳에 쉬고있는 일행들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열심히 수영하면서 놀았다. 하지만, 오늘의 목표는 안쪽에 있는 호수들을 모두 둘러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30분정도 그곳에 머무르다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도중에 Lake Wabby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는데, 우리는 결국 들어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호수까지 걸어가는데 20분이나 걸린다는 누군가의 말 때문이었다. 나는 뭐 별로 상관 없었지만(사실 그때 그곳이 사막처럼 보인다는 호수인지는 몰랐엇다.), 우리 팀의 여자들이 걷기 싫다고 하는 바람에 결국 Lake Wabby는 지나칠수밖에 없었다. Fraser Island를 떠날때는 조금 후회되었었는데, 호주를 떠날때즈음에는 별로 후회되지 않았다.
우리는 중간에 휴게실에 들려서 술이 따뜻해지는것을 방지하기 위한 얼음을 구입했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테이블로 점심을 먹기위해 이동했다.
테이블 위 천장에 있던 거미.
에서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이번 점심메뉴는 샌드위치!! 나름대로 맛있었다. ㅎㅎ
점심을 먹는 와중에 굉장히 독특한 소리로 울던 새. 이름은, 모르겠음. 그때 누가 이름을 말해주긴 했었는데, 일기장에 적어놓지 않아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ㅠ_ㅠ
점심을 먹고나서 발견한 거미. 아까 그 거미보다 훨씬 이쁘게 생겼다.
점심을 먹고나서 배를 두드린 우리는 다시 내륙으로 돌아와서 캠핑장소를 확인했다. 캠핑은 이곳이나 Dilli Viliage에서 머무르기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결국은 이곳에서 머물렀다. 어쨌든 장소 체크를 끝낸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Lake Boomanjin로 갔다. 이 호수의 모래는 빨간색을 띄고 있어서인지 호수의 색깔이 빨갛게 보였다. 그리고 조금만 앞으로 가도 급격히 깊어지던 Lake McKenzie와는 다르게 호수의 거의 중간까지 가더라도 깊이가 허리정도밖에 오지않는 굉장히 낮은 수면의 호수였다.
멀리서보면 수영하기 참 좋아보였는데 말이지..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수영을 하는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다음 목적지인 Lake Birrabeen으로 이동했다.
하얀 모래의 모습. 이곳의 모래도 McKenzie의 모래만큼 굉장히 고왔다. 우리가 도착헀을때에는 꽤 바람이 부는 덕택에 모래가 많이 날리고 있었는데, 확실히 카메라에 안좋을 것 같아서 사진을 한장 더 찍고는 가방에 넣고 봉해버렸다. 이런곳에서 카메라가 망가지면 안되지~
다시 한장 더 찍은 사진. 우리는 오늘의 수영하면서 놀 장소를 이곳으로 점찍고는 비치타월을 깔아놓고 열심히 물과 바깥을 왔다갔다 하면서 놀았다. 하지만, 물이 그리 깨끗한것도 아니었고 호수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내일 또 Lake McKenzie로 가기로 결정하고 Lake Birrabeen을 떠났다. 결국, 우리들의 Fraser Island의 목적은 단지 Lake McKenzie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륙 중간에 있던 지역의 숙소. 이곳에는 샤워시설도 준비되어있었고, 주위에서 물구하기도 쉽고, 화장실도 있고.. 굉장히 좋은 장소중 하나였다. 다만, 밤에 크게 소란을 피울 수 없다는 것과, 주위에 철망이 쳐져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조용한 밤을 보내기에는 적합한 장소였다.
우리는 5시쯤 되어서야 이곳에 다시 되돌아왔는데, 캠핑장소의 70%가 벌써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우리는 그곳 한쪽 구석에 텐트를 치고서 식사준비를 시작했다. 근데, 사진안에 내가 있는걸로 봐서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닌듯. ㅎㅎ; 어쨌든 어제의 눈치코치로 텐트치는 실력이 급상승한 나는, 가볍게 텐트를 쳐버렸다. 역시 쉬워.
오늘의 요리사 alex.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 알렉스가 안쪽에서는 면을 삻고 있고, 한쪽에서는 감자를 볶고 있다. 그럼 소스는 어디서?
바로 여기서 이렇게 데워지고 있었다. 이 아저씨는 캠핑장소에서 만난 아저씨로 이름은 벤. 이었다. 부인과 함께 호주를 오토바이로 일주하고 있다고 소개한 이 아저씨는 독일 출신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아저씨였다. 부인의 이름도 기억했는데, 역시 일기장에 없어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ㅠ_ㅠ;;;
어쨌든 저녁식사를 모두 마친 우리는 오늘 저녁에 사온 맥주를 모두 마셔야 한다는 사명감에 술파티를 벌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조명장치가 없던 우리는 옆 텐트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조명장치를 하나 빌릴 수 있었는데, 이 조명장치 때문에 엄청난 양의 벌레들이 몰려들었다. 뭐, 그러려니..
확실히 영어실력이 딸리는만큼 자꾸 물어보는 우리나라에 관한 것들을 설명해주기가 힘들었던점이 가장 아쉬웠다. 나름대로 독일말 몇마디도("너 진짜 취했다" "너 진짜 이쁘다") 배웠는데, 내가 배운 그대로 발음하니 애들이 웃기다며 난리였다. 바보들.... 니네들 한국어 발음도 웃겼어-_-;;;;;
그와중에 안주를 만들던 니콜이 작은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고,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는 호랑이약(-_-)을 신봉하는 카리나는, 호랑이약을 찾기 시작했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나는 가방에서 마데카솔을 꺼내서 니콜에게 건냈고, 그걸 바른 니콜은 잠시후 통증이 다 가라앉았다며 코리안 스터프 최고라는 말과 함께 계속 고마워했다. 덕분에 맥주 2캔이 또 넘어가버렸지만. ㅡ.ㅡ;;;;
하지만 밤 10시가 조금 넘자 조그마한 조명기구로는 더이상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고, 10여개 남은 맥주캔을 뒤로하고 우리는 각자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내일은 Fraser Island에서의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