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은 언제나 낭만을 담고 있다.





기차여행은 낭만을 담고 있다. 여태껏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기차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는 낭만이다. 많은 영화에서 기차여행은 낭만적으로 그려졌고, 내가 떠났던 여행들도 역시 낭만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새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홀로 떠났던 정동진 기차여행은 해돋이로 이어지는 기억이 남아있고, 친구들과 함께 강촌으로 떠나는 기차에서 의자를 반대편으로 돌려 마주보고 수다를 떨던 기억, 부산까지 내려가는 기차에서 먹었던 삶은 계란과 사이다는 아직도 기억의 한 켠에 남아 옛 추억을 자극한다.

버스나 비행기, 배를 타고도 많이 여행을 해봤지만 이러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딱히 낭만적이라고 느껴 본적은 별로 없었다. 기차여행이 낭만적이라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깥의 풍경을 넓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 오래된 열차는 다소 느리기는 하지만 주기적인 덜컹거림의 정겨움. 교통체증이라는 것에서 멀어져 있으니 버스여행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짜증도 느낄 일이 없다. 그렇게 편안한 이미지를 안겨주는 것이 기차여행이다 보니, 낭만이라는 단어와 연결을 해도 무리가 없다.

어릴 때부터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지금은 전철이 연장돼서 소요산까지 가지만, 예전에 동두천까지 통학하기 위해서는 의정부역에서 동두천 역까지 기차를 이용해야 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갈 때 버스냐 기차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자주 놓였지만, 우리들이 꽃기차라고 부르던 그 기차를 더 많이 선택하곤 했다. 그 후 대학교에 다닐 때에도 학교 앞에서 춘천으로 떠나는 기차가 지나갔기 때문에 항상 기차를 보며 떠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목적지까지 빠르게 가기 위해서 KTX가 있기는 하지만,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보다는 버스가 더 빠른 교통수단이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기차를 선택하곤 한다. 버스를 타고 가면 도착했을 때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기차를 타고 가면 딱히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창에 기대 지속적인 덜컹거림과 함께 지난 기억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기차에 관한 추억은 단순히 한국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호주에서 반년 넘게 살던 멜번에서 떠나던 날, 시드니로 떠나는 기차를 탔었다. 기차역까지 배웅 나왔던 친구들의 마지막 모습과 새로운 경험을 꿈꾸면서 잠들었던 기차 안의 추억은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 중 하나이다. 기차여행은 때로는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할 일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에콰도르의 리오밤바에서 떠나는 열차는 그런 경험이었다. 새벽 일찍 떠나는 이 열차의 탑승장소는 다름아닌 기차의 지붕이다. 악마의 코라는 목적지까지 향하는 길의 풍경을 지붕에서 직접 바라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에게 있어서 버스와 지하철을 탄다는 것이 근처의 가까운 곳을 간다는 느낌이 강하다면, 기차를 탄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경우와 이어지는 일이 많았다. 정동진을 갈 때에도, 부산을 갈 때에도, 해외에서 처음 가보는 새로운 곳을 갈 때에도 모두 새로운 경험의 시작은 항상 기차와 함께 했다. 낭만이라는 것은 정의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낭만이란 ‘새로운 경험과 오래 남는 추억’이다. 그렇기에 기차 여행은 언제나 낭만이라는 키워드와 연결되곤 한다.

최고의 교통수단은 아닐지라도, 낭만이라는 것이 함께 하는 만큼 오늘도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는 상상을 해본다. 그 기차가 KORAIL의 새마을호가 될지, 유럽의 유레일이 될지,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조만간 그날이 또 올 것이라는 행복한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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