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음식의 가격은 이제 더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다.



" 아줌마, 떡볶이 천원어치만 주세요~"

라는 말이 별로 이상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는 계속 상승해왔고, 떡볶이 1인분 가격도 조금씩 올랐다. 1인분에 천원이었던 것이, 천오백원이 되고, 이천원이 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여전히 떡볶이 1인분에 천오백원인 곳도 많이 있다. 이런 가격은 긴 시간동안 조금씩 오른 가격이기에 크게 거부감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 몇일간 길거리 음식의 가격은 정말 많이 올랐다. 2500원은 물론 삼천원 하는 곳들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물론 식자재와 부수비용이 크게 올라가버렸으니 가격상승은 이해가 가지만, 몇달만에 갑자기 상승한 가격들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종로에 가면 값싸고 맛있게 때우기 위해서 먹는것이 소위 말하는 김떡순(김밥, 떡볶이, 순대)이다. 작년 겨울만 하더라도 3천원이면 먹었던 이 김떡분은 올 여름부터 4천원까지 올라가더니, 어제 먹었던 종각역 앞의 가게에서는 5천원이나 받았다. 그 옆의 가게들도 4천원과 5천원인 곳들이 혼재해 있었는데, 4천원인 곳들이 좀 더 많았다.

"아줌마, 이 옆에는 4천원인데, 여기는 왜 5천원이에요?"

"응, 우린 이런거 저런거 좀 더 많이 주거든."

아줌마의 말대로 좀 더 양이 많기는 했지만, 한때 2천원, 그리고 꽤 오랜 시간동안 3천원이면 먹었던 김떡순이 5천원까지 상승한 것을 보고 있으려니 이제 김떡순도 더이상 값싸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아닌게 되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천원이면 일반 식당에서도 한끼를 때울 수 있는 금액이니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하긴, 요즘 종로나 강남일대에서 5천원짜리 밥집을 찾는것도 힘들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튀김도 마찬가지다. 2006년도에 천원에 세개를 먹던 튀김은, 현재 2천원에 5개를 팔고있다. 그래도 예전처럼 튀김의 크기도 크고 내용물도 튼실해서 먹는데 부담은 없다. 하지만 이것은 그나마 좀 외곽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의정부역 앞의 사정이고, 종로나 강남으로 가면 가격은 끝없이 상승한다. 1개 500원인 곳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2천원에 튀김을 3개밖에 안주는 곳도 봤다. 가끔 2천원에 5개를 주는 곳도 보기는 했지만, 뭔놈의 튀김들이 그렇게 다이어트를 해댔는지.. 아주 앙상한 튀김들이었다.


오뎅의 사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2백원, 3백원, 5백원으로 구분되던 오뎅 가게들은 어느새 가격이 3백원, 5백원, 7백원으로 가격이 올라있었고, 일반적으로 500원에 팔리던 오뎅을 3개 천원에 팔던 도봉산 앞의 포장마차도 올 겨울부터는 1개 5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500원에 파는 곳들은 그냥 무로 만든 국물들이고, 국물에 게나 새우같은것이 들어가면 오뎅의 가격은 개당 700원, 1000원까지 상승했다. 이전에 싸게 오뎅 4-5개씩 먹곤했던 나는 이제 오뎅 한개 먹는 가격도 슬슬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특히, 올겨울에 오뎅의 가격상승은 더 가파르게 느껴진다.


계란빵의 가격도 마찬가지다. 싼곳에서는 3개 천원까지도 하던 계란빵이, 전국 평균으로 500원 하던 계란빵이 이제는 700원까지 올라갔다. 종로에서는 천원에 파는곳도 봤고, 한개는 700원, 2개는 천원 하는 가게들도 생겼다. 올 겨울들어서 전국의 노점상들이 담합이라도 한듯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1000원에 주는 붕어빵의 갯수도 하루가 다르게 줄어가고 있고, 이제는 이렇게 노점상에서 파는 길거리 음식들이 서민음식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물론, 파는 사람들의 애환도 없겠느냐만, 천원에 튀김 3개를 먹고 배를 두들기던 그때의 기억이 2년전이 아닌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올 겨울에는 아무래도 허리띠를 좀 더 졸라매야 할 것 같다. 그냥 걸어가다가 추운 날씨를 이겨보려고 2-3개씩 먹던 오뎅은, 국물을 벗삼아 1개만 먹고.. 떡볶이도 이제 맘먹고 먹어야 하는 가격이 되어있으니 좀 자제해야 할 것 같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사이를 훌륭히 채워주던 이런 간식거리는 이제 조금만 멀리해야겠다. 이렇게 가격이 오르고 있으니 가슴만 너무 아플 뿐. 경기가 좀 풀리게 되면, 추억의 가격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이뤄지지 못할 상상만 해본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군고구마가 땡기기 시작한다. 과연 군고구마 가격은 얼마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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