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19 - 하바나 현지인들의 삶을 조금 더 엿볼 수 있는 곳, 센뜨로 아바나(Centro Havana)


센뜨로 아바나는 올드타운인 올드 아바나와 서울의 강남쯤 되는 베다도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별다르게 역사적인 지역은 없지만, 쇼핑센터, 카페, 클럽 등 즐길꺼리가 곳곳에 있고, 북쪽으로는 역시 멜라꼰(Melacon)과 연결되어 있어서 베다도와 올드 아바나 양쪽을 다 구경하기에 좋은 지역이다.

나 역시도 센뜨로 아바나쪽에 숙소인 까사 빠띠꿀라르(Casa Particular)를 잡았었는데, 이쪽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들이 많다. 이곳에서는 큰 골목에서 조금만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더라도 쿠바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그냥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참 재미있는 곳이다. 흥미로운 점은 하바나에서는 이런 골목들이 대로변 보다 더 안전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하바나지만, 대로변의 삐끼가 관광객을 술집으로 데려가서 거의 강탈 수준으로 돈을 빼앗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골목의 사람들은 관광객들을 만나면 먼저 웃어주는 경우가 더 많다. 어느곳에든 밤에 돌아다녀서 안전할 곳은 없지만, 적어도 낮에는 오히려 사람들의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하바나의 중앙역. 이곳에서 기차를 타면 쿠바 곳곳으로 갈 수 있기는 한데, 기차가 자주있는 편도 아니고 일반적인 여행지와 역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아니다. 역에 따라서는 관광객들이 기차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도 하기 때문에 그림의 떡. 나중에 산타 끌라라에 갔을 대에도 기차를 한번 타 보고 싶었지만, 현지인이 아니면 탈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를 당한적도 있었다.



하바나 중앙역의 티켓 판매 창구. 주위를 둘러봐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쿠바 사람들이다. 하긴, 기차는 조금 저렴하기는 해도 버스보다 훨씬 느린 교통수단이다보니 관광객들이 이용할 이유도 크게 없기는 하다. 특히 교통수단은 관광객과 현지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보니 더 그런 듯 싶다. 시외로 나가는 버스만 하더라도 외국인은 거의 외국인 전용버스인 비아술(Viazul)을 이용해야 하니까.



센뜨로 아바나의 메인이 되는 거리 풍경. 주말이어서 꽤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었는데, 이곳만 하더라도 조금 더 현대적인 느낌의 쿠바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 비교하면 적어도 쿠바가 아주 살기 힘들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듯 싶다. 물론 수도인 평양과 하바나만의 비교뿐만 아니라, 조금 더 시골로 들어가더라도 말이다.


쿠바에서 정말 신기했던 것이 바로 이 신호등. 사실 쿠바에서 신호등은 거의 볼 수 없는 존재나 다름 없는데, 2주 가까이 있었던 쿠바에서 유일하게 봤던 것이 센뜨로 아바나의 이 신호등이었다. 그 말은, 대부분이 횡단보도만 있고 알아서 건너는 형태라는 의미.





센뜨로 아바나에서 만난 아이들. 저렇게 일정한 형태의 틀에 넣어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정말 어렸을때나 보던 것이라 더 감회가 새로웠다. 막대기 하나와 가루를 탄 쥬스를 같이 냉동실에 넣어두면 만들어지는 저런 아이스크림은 이제 한국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든 것인데 말이다. 어쨌든, 아이들은 이 아이스크림이 아주 흔한것은 아니라는 듯 내게 자랑을 하면서 먹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들..^^









센뜨로 아바나는 그냥 사람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그곳을 걸어다닐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이상하게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잘 보지 않게 되는데 반해, 쿠바에서는 사람들의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뭐랄까, 동양에서 온 사람의 눈에는 너무나도 이국적으로 보이기 때문일까. 익숙한 유럽이나 미국의 느낌과도 전혀 다른 쿠바의 모습들. 그래서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된다. 그만큼, 걸어다니는 것이 재미있는 곳이다.



쿠바는 무역제제 때문에 자체적으로 식량을 자급자족하다보니 전체적으로 물자가 굉장히 부족하다. 쿠바의 식물들은 유기농이라 굉장히 좋다고는 하지만, 유기농인 덕분에 모양이 볼품없는 녀석이 많고.. 그나마도 그냥 시장에서 사기에는 현지인들에게도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과일이나 채소가 넘쳐흐르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작은 가게를 열어놓고 겨우 몇가지 품목만을 취급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쿠바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그런 것들을 아쉬워하는 쿠바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좀 더 선택의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


쿠바에도 마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숙소에서 5분도 안떨어져 있던 곳에는 일종의 복합 쇼핑센터가 있었는데, 그 곳의 1층에는 커다란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다. 기억으로는 쿠바에서 가본 슈퍼마켓들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였던 것 같다. 아마도 베다도쪽에 더 큰 곳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베다도는 그리 흥미가 가는 지역이 아니라서 얼마 머무르지 않아서 잘 모르므로 일단은 가본 곳 중에서는 가장 컸다.




그렇게 갔던 슈퍼마켓은 가격대가 꽤 있는 편이었고, 선택의 여지는 굉장히 작았다. 대부분이 한가지 브랜드로 되어 있었고, 그나마도 넉넉하지 않은지 진열대가 비어있는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가격이 꽤 비싼 편이어서, 유럽의 물가를 생각하고 과자 등을 사먹기엔 큰 부담이 없었지만.. 그런 가격 때문에 현지인들이 안에 많이 보이지 않는 듯 싶었다.

한국의 슈퍼마켓이라면 진열대가 꽉꽉 들어차서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그냥 골라서 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걸..편하다고 해야 하나..





하바나를 비롯한 쿠바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길을 걷다보면 체 게바라와 피델카스트로의 그림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피델 카스트로는 여전히 쿠바를 쥐락펴락하는 실세이고, 체 게바라는 쿠바 혁명에 있어서 영웅과도 같은 인물이니 그럴만도 했다. 특히, 의외로 체 게바라에 대한 사랑이 깊은 사람들이 많았던 점도 재미있었다. 한편으로는 만들어진 영웅이라는 평도 많이 받는 체 게바라이지만, 그가 한 일들도 결코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 역시도 꽤나 좋아하는 인물이다.

한국에서도 체 게바라의 팬이 많다보니, 그의 흔적을 따라서 쿠바에서 시작해 중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








올드 아바나가 좀 정리된 느낌이라면, 거주지역이나 다름없는 센뜨로 아바나는 제멋대로이지만.. 그것이 또 묘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했던 말을 또 하는 꼴이 되어버리지만, 올드 아바나에서처럼 계속해서 셔터를 누르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아바나에는 재미있는 교통수단이 하나 있는데 바로, 꼬꼬택시이다. 닭알을 닮아서 꼬꼬택시라는 이야기도 있고, 코코넛을 닮아서 꼬꼬택시라는 말도 있는데.. 어찌되었건 간에 둥글둥글한 노란색의 모양을 한 재미있는 택시이다. 현지인들도 이용하지만, 주로 관광객 대상인 이 고꼬택시는 가격이 꽤 있어서 이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거리 이동은 자전거택시를 애용했다.)




쿠바의 시내버스들. 종점의 이름만 써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버스노선정보 같은것은 어디서 구하기도 힘들다.






쿠바를 아우르는 또다른 주제는 야구다. 돌아다니다보면 길거리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축구나 다른 스포츠가 더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망이와 야구공만 있으면, 그것이 없어도 나무막대기와 종이 뭉친것을 가지고 야구를 하는 아이들. 쿠바가 왜 야구강국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쿠바에서 심심해서 봤떤 영화. CIUDAD EN ROJO(붉은 도시). 꽤나 진지한 주제의 영화였던터라 이해하기가 ㅠㅠ.. 더군다나 쿠바식 스페인어가 생각보다 알아듣기 어려워서.. 한 20%나 알아들었나 싶었던 영화. 그래도 쿠바에 와서 쿠바 영화를 보는건..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카페 앞에서 춤추던 아저씨. 팁을 기대하고 춤을 춘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은 '우욱..-ㅠ-' 이었다.



쿠바에서 쿠바 음식이 아닌 밥종류가 먹고 싶다면, 센뜨로 아바나에 있는 차이나 타운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른 곳에서는 차이나 타운은 잘 가지 않게 되었는데, 이곳의 음식점은 CUC와 CUP 모두를 받고 있고 현지인들도 꽤 자주 오는 곳이라 한번 찾아가봤다. 물론, 사전지식이 없었던터라 어디가 맛집인지도 몰랐기에에 적당한 곳을 찾으러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녔다.





재미있는건 차이나타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님들이 쿠바사람과 외국인 관광객들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갔는데, 식당들의 주인도 쿠바사람들이 많았다. 간간히 중국사람들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율로 따지자면 쿠바 사람들이 80%... 다른 나라의 차이나 타운과는 차별되는 분위기였다.


중국 스타일의 옷을 입고있던 쿠바 청년. 결국 이 가게에 들어가서 먹긴했는데, 어쨌든.. 어색했다.




CUP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적이었지만, 어쨌든 바로 볶아서 나온(혹은 데워서 나온) 볶음밥과고기 한덩이는 그래도 먹을만 했다. 궂이 먹을 것을 찾아서 올 곳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래도 밥과 먹을거리가 궁금하면 한번쯤 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곳일 듯 싶다.

어쨌든, 센뜨로 아바나. 아주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걸어다니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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