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2008 한국은 대 바겐세일 중..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최근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일본, 중국 관광객이 엄청 많아졌다는 점이다. 엔화 환율이 700~900원 사이를, 위안화 환율이 120~130원 정도였던 작년 이맘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명동의 유명 음식점에는 일본 사람들이 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곳곳에서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 명동 거리에서 대다수를 차지했던 한국사람의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은 경기침체의 영향이 크다.

비단 명동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사동거리, 궁궐들, 동대문, 남산타워 등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중국사람의 숫자는 크게 늘었다. 그 외에도 하늘공원이나 삼청동, 강남역 등의 장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 몇 개월간 이렇게 일본, 중국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는 원화의 약세에 기인한다. 특히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작년 대비하여 반값으로 떨어진 한국은 매력적인 여행지가 되었다. 뉴스에서도 이런 소식은 계속 들을 수 있다. 서울의 중저가 호텔들의 예약율이 9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7년 만에 여행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는 소식들이다. 어찌 보면 정말 긍정적인 소식들인데, 작년에 한국 사람들이 엔화약세로 일본을 많이 찾았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일본 친구들이 많이 있어, 일본어 스터디 시간에 요즘 다른 일본 사람들이 한국 여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물론, 한국에 머무는 이 친구들은 워킹홀리데이와 같은 비자로 들어온 친구들이기 때문에 조금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여럿 들을 수 있었다. 주로 내가 그들에게 물어본 것은, 왜 한국에 여행을 오는가? 였다.

물론 아주 부족한 일본어와 영어로 대화를 나눴던 터라 100% 의사전달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 내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아래와 같았다.


“한국은 대 바겐세일 중이야. 원화가 많이 싸진 덕분에 싸게 살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거든. 특히 명품 같은 경우에는 아울렛이 아닌데도 한국 가격이 일본에 비해서 30% 이상 저렴한 경우가 많아서 단순하게 명품 쇼핑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 명품뿐만 아니라 일반 브랜드나 동대문 같은 경우는 정말 싸다고 느껴져.”


“일본 국내 여행하는 것보다 한국 여행하는 게 훨씬 싸. 일본에서 기차 타고 좀 멀리 갈 비용이면, 한국으로 비행기 타고 올 수 있거든. 2만엔 정도면 한국 오는 비행기표 살 수 있어. 거기다가 요즘 한국에 오면 숙박비도 싸고, 먹을 것도 엄청 싸서 식도락 여행을 오기도 해.”


“한국 오는 게 외국 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여자친구랑 주말 여행 오는 느낌이랄까? 분위기도 비슷하면서 좀 색다른 느낌이야. 가깝기도 하고..”


“일본에 있는 동생이 얼마 전에 한국에 왔다 갔는데, 첨엔 국내여행으로 되어있던 수학여행이 한국으로 바뀌어서 왔다 갔었어. 근데 학교에서는 그게 더 싸게 먹혔다고 한다더라구.”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한국에 오는 이유는 현재 한국이 가깝고 싸기 때문이었다. 대화를 했던 친구들이 20대가 대부분이었던 점도 그렇게 작용을 했던 것 같다. 물론, 한류 열풍으로 인해서 아줌마 부대도 한국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한국의 문화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오고 가긴 했지만, 결론은 결국 싸기 때문으로 좁혀졌다.


그 이야기를 한 이후에, 명동이나 인사동 등지에서 식사를 하면서 식당 아주머니에게 외국 관광객이 늘었냐고 물어보면 확실히 늘어난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는 대답을 여러 번 들었다. 그만큼, 현재 바겐세일중인 한국은 싼 여행지로써 매력적이다. 명품 매장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도 여전히 사람 등은 바글바글하다. 명품은 세일중이고, 이 세일된 가격을 환율 대 바겐세일까지 즐기는 외국인들이 그 중심이다.

반대로, 여행수지 흑자에는 환율상승으로 해외여행에 필요한 비용이 상승해서 부담이 된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 기인한다. 덕분에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 여행객의 숫자는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요즘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내일여행 등 대형 여행사들이 환율상승에 따른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여행객들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막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가 태국공항 점거, 뭄바이 테러 등 외국에서 좋지 못한 소식까지 계속해서 들려오니 앞으로도 해외여행객 감소로 인한 여행수지의 흑자는 계속될 것 같다.
 
물론, 환율의 영향으로 인해서 한국에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열심히 한국을 홍보한 결실로 관광객이 늘어난 것이 아닌, 낮아진 원화 가치로 인해서 관광객이 늘어났다는 점은 이 관광객 숫자가 앞으로의 환율에 따라서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여태까지의 한국의 대외홍보에 아쉬움이 많았던 점을 생각할 때마다 더더욱 안타깝다. 다음 번에 또 가파르게 한국에 관광객 숫자가 늘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에는, 환율과 같은 이유가 아닌 진정한 홍보의 힘으로 인해서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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