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가포스에서 디르홀라이로 가는 길에는 끝없는 루핀 밭이 펼쳐졌다. 흐드러지게 펼쳐진 프로방스의 라벤다 밭이 이런 느낌일까? 끝없이 보라색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차를 자꾸만 멈추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지만, 왕복 2차선인 곳에서 세울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수많은 루핀밭의 한 곳에서 작은 공간이 나타나 차를 멈출 수 있었다. 유럽 자동차 여행 중 맘에 드는 순간이, 바로 이렇게 원할 때 멈출 수 있다는 것!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느낌이 매우 달랐던 이 꽃은, 생각대로 사진에 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차를 달리면서 보이는 풍경은 거의 보라색만으로 가득한 풍경이었지만, 멈춰서 찍어보면 어쩐지 녹색이 꽤 많이 섞여 있었다. 뭐 그런것을 떠나서 생각해 보더라도 한 가지 꽃으로 끝없..
유럽도 벌써 6번이나 다녀왔고, 머무른 시간을 총 합하면 1년에 몇달 모자란다. 첫 4번의 여행이 겨울 여행이었다면, 최근 2번은 모두 여름 여행이었다. 6월도 여름으로 쳐 준다면 말이다. 어쨌든 그 중 3번이 자동차 여행이었는데, 처음 유럽을 여행했을 때 기차로 여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편하면서도 자유도가 높은 여행이었다. 유럽 자동차 여행은 배낭을 메고다니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자동차에 모든 짐을 싣고 떠날 수 있으니 여행의 질이 달라진다. 대신 주차와 도심의 복잡함 때문에 여행의 루트가 기차여행에서의 대도시 위주가 아닌 중소도시 위주로 짜여지기 때문에, 렌트카 여행은 유럽을 한번쯤 대도시 위주로 다녀온 사람들에게 더 적합하다. 물론, 대도시 역시 자동차로 여행을 해도 되지만, 파리와 같은 몇몇..
잠을 제대로 못자 조금 뒤척이기는 했지만, 맑은 하늘이 반겨준 아침은 꽤 기분 좋았다. 텐트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폭포의 모습과 아직 걷지 않은 다른 텐트들. 비록 전기시설이 없고, 전체적으로 불편함이 많은 캠핑장이었지만 그래도 아침에 처음 만나는 풍경은 다른 단점을 모두 상쇄할정도로 아름다웠다. 텐트는 오후 전에만 접으면 된다는말에 먼저 스코가포스(Skogarfoss)를 보러 갔다. 다른 폭포와 달리 평평한 형태로 떨어지는 스코가포스는 확실히 다른 폭포들과 차별된다. 물보라 때문에 가까이 가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은 최대한 가까이 갔다가 물을 흠뻑 뒤집어쓰곤 했다. 뭐,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니^^ 폭포 바로 아래에 있는 사람의 크기와 비교하면 이 폭포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간다. ..
굴포스를 떠나 이제 최종목적지인 스코가포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오늘은 유럽에서의 첫 캠핑을 하는 날. 한국에서는 날이 풀리면 캠핑을 많이 다녔지만, 유럽에서의 캠핑은 이번이 처음. 그렇게 스코가포스를 향해서 가다가 가이드북의 지도에서 셀야란즈포스(Seljalandsfoss)를 발견했다. 어차피 가는 길이기에 들렸다 가기로 결정. 가는 길에 만난 수 많은 양들. 아이슬란드에서는 정형화 된 양들이 아니라, 색도, 모습도 다양한 양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동물이라고는 새를 제외하면 거의 다가 가축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양과 염소들은 꽤 반가운 동물들이었다. 뭐랄까, 다른 나라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묘한 느낌을 풍긴달까. 어쨌든 그렇게 스코가포스로 향하는 길에는 산이 없는 평원이 계..
골든서클의 마지막 종착지인 굴포스는 간헐천 게이시르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안좋아지고 있기는 했지만, 별다르게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는 아닌지라 다행히도 큰 걱정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바뀌기도 하는게 아이슬란드 날씨니까. 굴포스는 한국어로 황금 폭포를 의미하는데, 1900년대에 한번 수력발전소로 바뀔뻔한 위험에 처한적이 있었다. 알려진 스토리로는 소유주의 딸이 반대운동을 한 덕분에 폭포가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비용문제 때문에 진행이 되다 몇번이고 취소되어 결과적으로 보존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이유건 간에 현재 이렇게 아름다운 폭포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굴포스로 가는 ..
그렇게 얼마간을 달려 게이시르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강한 바람이 불었다. 가뜩이나 온도도 낮은데 바람까지 부니까 추위는 더 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간단한 정보도 얻을 겸, 따뜻한 커피도 한잔 할 겸 해서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건물에 들어갔다.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를 겸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커피는 두가지 선택이 있었다. 한번 내려먹느냐, 아니면 이미 내려진 것을 무한 리필로 먹느냐. 따뜻하고 양많은 커피를 먹기를 원했기 때문에 맛이 좀 떨어져도 무한 리필로 마시기로 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는 동안 주문한 아이스크림. 춥다던 사람들이 몸이 따뜻해지니 바로 아이스크림을 찾는 아이러니함~. 그래도 7월, 한여름의 아이슬란드인데 아이스크림하나 못먹으면 안되지 싶었다. 다만, 이 아이스크림이 그냥 부페가..